"연금계좌 12억으로 불어났어요"..10년전 미국은 '이것' 도입했다
사용자 운용책임 덜어준 美
지난 한해 평균잔액 35% 늘어
디폴트옵션 가입 85%가 TDF
운용사간 경쟁 유도한 호주
투자정보 늘리고 수수료 인하
◆ 퇴직연금의 대변신 ③ ◆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해당 운용사 계좌 보유 고객 가운데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 이상 연금계좌를 보유한 이는 올해 2분기 기준 41만2000명에 달한다. 국내 확정기여(DC)형과 유사한 401K 제도를 활용해 꾸준히 자금을 적립한 뒤 100만달러 넘는 퇴직연금을 갖고 은퇴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운용사 401K 계좌 1인당 평균 잔액 역시 지난해 1분기 9만1400달러에서 올해 1분기 12만3900달러로 35% 이상 증가했다.
미국은 퇴직연금제도 가입률을 높이고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6년 연금보호법(Pension Protection Act)을 제정해 이를 바탕으로 디폴트 옵션 제도를 빠르게 정착시켰다.
미국에서 2006년 연금보호법이 적용되기 이전에는 디폴트 옵션을 통해 손실이 나면 법적 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해야 했다. 이 때문에 소수의 사용자만이 근로자에게 디폴트 옵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연금보호법 제정 이후 정부가 사용자에게 디폴트 옵션으로 투자해 손실이 나더라도 면책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디폴트 상품에 투자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마련함으로써 퇴직연금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미국 노동부는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디폴트 상품으로 △생애주기펀드 △목표 위험 수준을 유지하는 펀드 △회사채·머니마켓펀드 등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지정했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DC형 퇴직연금 중 98.8%가 디폴트 옵션을 설정했으며, 이 가운데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채권 비중을 조절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선택한 비중이 85.2%로 가장 높았다.
호주에서는 디폴트 옵션을 적용한 마이슈퍼(My Super) 제도를 도입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탄력을 받았다. 2012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중심이 돼 디폴트 옵션을 재정비하게 됐고, 2013년 7월부터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은 마이슈퍼라는 이름의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근로자 개인이 특정 퇴직연금 기금을 선택하고 기금은 마이슈퍼 상품을 디폴트 옵션으로 제시하는 구조다.
마이슈퍼 상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자전략 △목표 수익률 △위험지수 △보수 등 투자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펀드별 운용 성과를 공시함으로써 마이슈퍼 펀드 간 경쟁과 수수료 인하를 유도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이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퇴직연금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디폴트 옵션이 마이슈퍼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 호주는 적립금 대비 수수료가 2011년 0.92%에서 2014년 0.8%로 낮아졌다. 영국 역시 퇴직연금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영국은 2008년 퇴직연금법(The Pensions Act)을 만들고 2012년 근로자를 위한 강제 가입형 퇴직연금제도(NEST)를 도입했다.
NEST 또한 개인의 특별한 운용 지시가 없으면 정부가 사전에 지정한 NEST 디폴트 펀드로 운용되는 방식을 적용했다. NEST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를 디폴트 상품으로 지정한다. 특히 은퇴 시점까지 3단계로 나눠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입 이후 5년간은 기여금을 충분히 쌓는 데 주력한다. 이후 은퇴 시점 10년 전까지 목표 수익률은 물가상승률(CPI)+3%포인트로 제시한다.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주식보다 채권 비중을 늘려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홍콩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홍콩은 2017년 4월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DIS)을 도입한 이후 연 30%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DIS는 근로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으면 각 신탁사에서 사전에 정해진 펀드로 자동 운용되는 방식이다. 홍콩 DIS의 핵심은 연령에 따라 위험도가 각기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비중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다양해 선택 폭이 제한되는 '딜레마'를 막겠다는 것이다.
가령 50세 미만 가입자는 모든 적립금을 60% 이상 고위험 자산을 담는 펀드(CAF)에 투자한다. 50세 이후부터는 고위험 자산 비중이 20%로 축소된 펀드(A65F) 비중을 늘린다. 64세 이후로는 적립금을 A65F에 투자한다. 펀드 비율은 임의 조절이 불가능하다.
현재 두 펀드는 다양한 전 세계 자산에 분산투자해 연간 3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CAF는 해외 주식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올 3분기 말 기준 연 29.9% 수익률을 올렸다. 3년 연평균 수익률도 25.2%에 이른다. 홍콩 DIS 자산 규모는 2019년 9월 438억홍콩달러(약 6조63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9월 614억홍콩달러(약 9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홍콩은 대부분 주식과 채권 자산으로만 펀드를 구성하고 개인 선택권이 없는 것이 한계"라며 "국내 디폴트 옵션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홍콩과 비교하면 한층 발전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김정범 기자 /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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