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출납부'라 조롱 당한 기획재정부.. 관료들 반응은?
최근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소셜미디어(SNS)에 “지금 기획재정부에 적당한 이름은 금전출납부(金錢出納部)”라고 썼다가 삭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기재부가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기획하거나 재정을 책임지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돈을 내주는 힘없는 경리 부서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입니다. 삭제가 되긴 했지만, 이미 관가에 퍼질 대로 퍼졌습니다. 경제 부처의 종가(宗家)로 자부하는 기재부의 굴욕입니다.
그런데 절치부심할 듯싶은 기재부 전·현직 관료들의 반응이 정반대입니다. “맞는 말 했다”고 하는 겁니다. 한 기재부 간부는 “경제 부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고사하고, 금전출납부 역할이라도 똑바로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무려 50조원 규모 세수 추계 오류와 재정건전성 관리 실패 등으로 얼굴을 못 들겠다고 합니다.
무능하다는 질타도 힘이 빠지는데 설상가상으로 태도 논란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분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인원이 94만7000명으로 집계되자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국민 98%는 종합부동산세와 무관하다”고 한 것이 화근입니다. 한 기재부 간부는 “납세자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해선 안 될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1130명의 사기가 요즘 말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부동산 대책 등 주요 경제 정책마다 벌어졌던 ‘기재부 패싱(건너뛰기)’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화폐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하겠다”고 했지만, 여당은 여야 합의로 1년 유예를 결정해 버렸습니다. 상당수 전·현직 관료들은 ‘홍백기’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등 별명을 갖고 있는 홍 부총리를 탓합니다. 그 홍 부총리는 오는 11일이면 취임 3주년을 맞습니다. 최장수 기록이고, 아마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기록일 겁니다. 하지만, 기재부 내부에선 축제 분위기가 아니라 “누구든 빨리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야 홍 부총리가 물러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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