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 폭주 골프장 '이유는 매크로에 있다'

노현주 2021. 12.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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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주 매경골프포위민 기자]

백신 예약이나 마스크 구매, 아이돌 가수 공연 티켓 예매 등에 쓰이던 매크로가 골프 부킹까지 사용 범위를 넓혔다. 매크로와 전쟁 중인 골프장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크로를 이용한 편법 예약이 기승을 부린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매크로는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성공할 때까지 클릭되는 등 같은 명령을 반복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낮은 것이 강점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쉬지 않고 접속을 시도하기 때문에 사람의 접속 시도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골프 붐이 일어 부킹난이 심화됐다. 특히 극성수기인 가을 라운드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치달았다. 주말 골퍼 A 씨는 “몇 초 안 에 마감되는 골프장의 티타임을 잡기 위해 데스크톱 모니터에 수성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놓는다. 티타임 예약 시간이 열리는 날 마우스 커서를 동그라미에 즉시 갖다 대고 예약하기를 누르기 위해서”라고 했다. 직장인 B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에 대부분의 골프장 예약 사이트가 오픈되기 때문에 아침부터 ‘대기’ 상태라고 했다.

이 정도로 치열하다 보니 매크로를 이용한 편법 예약이 기승을 부린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매크로는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성공할 때까지 클릭되는 등 같은 명령을 반복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낮은 것이 강점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쉬지 않고 접속을 시도하기 때문에 사람의 접속 시도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충북의 한 골프장은 ‘프로그램 사용 적발 시 영구 예약 및 내장 불가 외 강력히 처벌된다’ 는 긴급 공지를 띄웠다. 백신 예약이나 마스크 구매 등에 쓰이기도 했던 매크로가 골프계에도 찾아온 것이다. 매크로 예약을 시도하는 이른바 ‘업자’들은 티타임을 대량 구매해 재판매한다. 퍼블릭 골프장마저 부킹이 어려운 상황인데, 부킹 전문 사이트에는 티타임 ‘양도’가 많은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업자들은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티타임을 양도하고 그 명목으로 웃돈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또 안 팔리면 위약금이 발생하기 직전에 몽땅 취소해 버린다. 골프장 입장에서 는 4~5일 전에 갑자기 10개, 20개씩 비는 티타임이 생겨 버리면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암표 적발 어려워, 접속 차단 정도가 최선

대부분의 골프장은 3주 전에 부킹 사이트를 연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전부다 부킹된다면 매크로 프로그램이 작동했다고 의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자들은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 골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주 샤인빌파크CC 한혜지 총지배인은 “제주 골프장에도 매크로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동시간대 아이디 2개 이상 접속해 초 단위로 예약을 잡는 팀을 물망에 올려두고 있다. 1차로는 유선 경고를 하고 2차 적발 시 경찰 고발 조치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골프장들은 위약금 발생일 이전 상습 취소 사례를 모니터링해 페널티 정책을 강화하거나, 라운드 당일 본인 필수 입장을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절차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매크로 의심이 들더라도 골퍼들이 본인이라고 우기면 방법이 없다. 또한 부킹용 매크로 프로그램은 20여만 원에 비교 적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일반 골퍼가 실제로 프로그램을 사서 이용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골프장에서 시스템을 수시로 바꾸는 것도 대안은 아니라고 한다. 곧 새로운 매크로 프로그램이 등장 하기 때문. 경기도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서버 증설도 고민하지만 해외 원정 골프가 늘어 수요가 줄어들 경우를 생각하면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불법적으로 예약 선점을 하는 아이디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견해다.

프리미엄 부킹 서비스까지 등장, 골프 붐 잦아들면 불법 매크로 사용 줄어들까

이렇게 어수선한 틈을 타 골프장 예약부터 비용 정산까지 원스톱으로 해주는 프리미엄 부킹 서비스 가 등장했다. 제휴 골프장의 주중, 주말 티타임을 미리 확보해 매월 횟수 제한 없이 4인 무기명 예약, 양수·양도가 가능하게 설계된 서비스다. 또한 법인 맞춤형 상품도 곳곳에서 출시되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 예약이 가능하다는 프리미엄을 걸고 골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매크로라는 편법이 등장한 이상 앞으로도 골프 부킹이 복잡해지고, 부킹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다양한 상품군이 생길 것이라는 점은 예측되는 결과다. 공정하지 못한 부킹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일반 골퍼의 몫이다. 한 총지배인은 “이제는 100세 시대다. 골프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노년층이 부킹이 어려워 골프장을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즐겁게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매크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사실 ‘위드 코로나’ 이후 해외 골프장 수요가 늘어나면 매크로와의 전쟁이 잦아들 수도 있다. 하지만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골퍼들이 있는 한 매크로 업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골프 라이프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매크로 티타임 유통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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