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쿠오모家 '성희롱' 난형난제

사진=AP 연합뉴스

친형인 앤드루 쿠오모 전 미국 뉴욕 주지사의 성추문 수습을 돕다 CNN 방송에서 쫓겨난 유명 앵커 크리스 쿠오모(사진)도 해고 직전 성희롱 의혹에 휩싸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변호사인 데브라 카츠는 자신의 고객이 크리스 쿠오모의 '심각한 성적 불법행위'의 희생자라며 지난 1일 이 여성 고객의 피해 주장과 관련해 CNN과 접촉했다고 밝혔습니다. 카츠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내 고객은 크리스 쿠오모의 위선적인 방송 발언을 듣고 (쿠오모 전 주지사의) 피해 여성들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크리스의 노력에 혐오감을 느꼈다"면서 "그의 심각한 성적 불법행위를 CNN에 알리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여성은 뉴욕주 검찰총장실 조사 결과 크리스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형의 성추문 대책회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카츠 변호사는 전했습니다. 또 크리스가 방송을 진행하면서 성희롱 문제에 대해 "항상 매우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논평한 것이 피해 여성을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30일 크리스를 무기한 정직 처분한 CNN은 불과 나흘 뒤인 4일 그를 전격 해고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카츠 변호사가 CNN과 접촉한 시점이 그사이라는 점에서 성희롱 피해 폭로가 해고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리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그의 대변인인 스티븐 골드버그는 성명을 내고 "사실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 쿠오모의 성희롱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ABC 뉴스의 전직 프로듀서인 셸리 로스는 지난 9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16년 전 당시 ABC 소속이었던 크리스가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잡았고, 나중에 사과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지난 2013년 CNN에 합류한 크리스는 CNN의 인기 앵커였지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쿠오모 프라임 타임'이라는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쿠오모 당시 주지사와 '티격태격' 형제 인터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요. 그는 형과 인터뷰를 자주 해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대조적이었던 뉴욕주의 대응 조치를 알려 형의 인지도 상승에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인 직업윤리에 벗어나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