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ARM 인수 막은 미 FTC, 삼성전자 반도체 기업 인수 더 힘들어지나

조미덥 기자 2021. 12. 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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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자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ARM의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술을 사용하는 데 있어 불확실성이 사라져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미 경쟁당국이 시장 독점이 우려되는 기업 결합은 자국 기업이라도 막겠다는 것이어서 앞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업 인수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FTC는 지난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스마트폰과 공장 설비, 자동차 생산업체 등 전 세계 기술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반도체 칩 디자인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인수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홀리 베도바 FTC 경쟁국장은 “차세대 기술을 위한 혁신을 한 반도체 대기업이 억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 아티프 말릭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FTC 움직임으로 인해 거래 성사 가능성이 30%에서 5%로 낮아졌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4일 보도했다.

미 경쟁당국은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자국 반도체 기업에 이익이 되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업 결합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엔비디아가 GPU로 대표되는 그래픽 관련 반도체 제작사고, ARM은 칩 디자인을 하는 기업으로 엄밀히 같은 시장의 경쟁자가 아닌데도 엔비디아가 반도체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키우려는 회사에겐 좋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소위 ‘빅딜’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콘퍼런스콜에서 “3년 내 유의미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FTC가 자국 기업의 인수도 막는 상황이라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이 큰 기업을 인수하기는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갈등을 빚은 이후 인수·합병 승인에 인색한 중국의 벽을 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10월 중국에 있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는데, 다른 나라에서 다 승인을 받고 아직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낸드플래시 사업을 접으려는 인텔보다 키우려는 SK하이닉스에 인수되는 것이 중국에 유리한데도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모바일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인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반기고 있다. ARM은 세계 모바일칩 디자인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ARM은 중립적으로 모든 업체에 차별 없이 라이선스 가격을 책정해 반도체 산업계에서 지지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의 A시리즈 등이 ARM의 디자인을 쓴다. 모바일 반도체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인수 후 ARM의 정책이 변할까봐 우려했는데, 그런 불확실성이 사라져가는 데 안도하는 것이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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