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왜 역대급 비호감 후보가 됐나

김승룡 2021. 12. 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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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정치정책부장
김승룡 정치정책부장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고 호감형인지, 비호감형인지 판단하는데는 불과 0.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2006년 프린스턴 대학의 윌리스와 토도로프 심리학 교수의 연구 결과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 될 전망이다.

복수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비호감도는 50%를 훌쩍 넘어 60%에 가까웠다. 반면 호감도는 30%대에 불과했다. 두 후보뿐만 아니라 나머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비호감도는 70%에 가까운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이번 대선에서 찍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소리다.

그동안 우리 정치 '판'에서 정치인들이 보여준 거짓과 위선, 파렴치함, 남의 말에 귀 기울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외치는 이기심 등 정치 혐오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대선 정국에서 각 후보와 각 진영이 보여주는 행태는 국민의 정치 비호감도를 더 높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부터 보자. 대선 후보가 되기 전부터 기본소득을 최대 정치공약으로 내세웠던 그다. 그러나 지지율이 상대 후보에 비해 크게 떨어지자 순식간에 자신의 최대 정치공약을 뒤집는다. "기본소득,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급하다며 180석 민주당을 흔들어 '기획재정부, 국정 조사해야 한다'며 겁박해 내년 예산에 10조원 이상의 추가 예산을 배정하라고 정부와 야당을 밀어붙였던 그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60%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도 순식간에 입장을 바꾼다. 역시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토지 소유자에게 '국토보유세'라는 이름의 세금을 매겨 이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그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로 선회했다. 다주택자는 투기세력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 주역이라며 다주택자에 세금 폭탄을 터뜨려야 한다고 했던 민주당은 최근 '1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도 양도세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로 정책 방향을 180도 틀었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선 다음 정권이 바뀌길 기다리면 된다는 세간의 떠도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셈이다. 정책 실패도 이런 정책 실패가 없다.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당의 정치철학이고, 후보의 정치적 소신 따위는 주저없이 내팽개친다. 이들을 과연 국민이 믿을 수 있겠나. 인기 영합주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득표를 위해서라면 모든 정책을 국민이 원하는대로 하겠다고 순식간에 바꾸는 후보와 정당이 과연 집권하면 국민이 원하는대로 정책을 추진할까. 또 순식간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책 방향을 뒤집진 않을까.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엔 윤석열 후보를 보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진두 지휘하겠다며 임명된 검찰총장이 '조국 사태'와 추미애 법무장관과 파워게임 끝에 반기를 들며, '민주 독재' 정부와 이제 그만 결별하겠다고 사퇴한 그다.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큰 인지도를 쌓은 그는 결국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됐고, 검찰총장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닌 제1야당의 1인자가 됐다. 그가 최근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보여준 리더십은 그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리게 했다.

선대위 조직을 구성하면서 그의 죽마고우를 비서실장에 이어 당 사무총장에 앉혔고, 그의 정치적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주요 선대위 보직에 자신의 친위부대를 앉힌 그는 당 안팎에서 영입을 요구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이준석 당 대표까지 "그 양반, 이야기 꺼내지 말라"며 자신의 독단적 인선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해 이재명 후보와 엇비슷해지자, 뒤늦게 이른바 '울산 대화합'이라며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를 끌어안았다. 독단적인 '마이웨이'를 고집하지 않고 화합의 선대위를 발족한 건 다행이나,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주기 충분했다.

정치가 국민의 인기를 먹고 사는 일이라곤 하지만, 정치가 '예능'은 아니지 않은가. 독일의 사회 심리학자 프랑크 나우만은 자신의 저서 '호감의 법칙'에서 호감은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사회적 능력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호감을 얻는 방법으로 화가 난다고 객관성을 잃지 않고, 역지사지로 상대방에 공감하며, 생각과 말 행동이 조화를 이뤄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디 국민으로부터 호감을 얻는, 진실성을 담보로, 오로지 국민을 위한 후보로 당당히 경쟁하길 바란다.

김승룡 정치정책부장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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