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 정부도 감시·해킹..디지털 권위주의 맞서 싸울 때
정부간섭 막을 기술개발 시급
◆ 다시보는 세계지식포럼 ◆
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디렉터였던 빅토리아 콜먼 미국 공군 수석과학자는 지난 9월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디지털 권위주의 극복을 위해 각국이 나서 정책적·기술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공군 과학자가 전하는 디지털 권위주의에 맞서는 방법' 세션에 참여한 그는 미국 첨단기술의 산실로 불리는 DARPA에서 여성으로서는 역대 세 번째로 국장직을 수행한 경력이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디지털 권위주의는 국내외 인구를 감시·탄압·조종하기 위해 권위주의 정권이 정보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모바일 해킹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으며 통화일지, 위치, 연락처, 사진 등 정보를 얻기 위해 이란, 북한, 시리아 등에서도 유사한 휴대전화 감시 앱이 등장했다.
콜먼 수석과학자는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인터넷 연결을 끊고 페이스북, 트위터를 차단했다"며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 모바일 해킹을 통해 소수민족을 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쿠바에서는 2019년 헌법 개정안 투표를 하면서 독립 언론을 차단했을 뿐 아니라 이란에서도 미디어 검열을 통해 120여 개 언론 매체를 막은 사례가 있다"며 "이집트, 베네수엘라도 수백 개의 언론 기관 웹사이트를 차단한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콜먼 수석과학자는 디지털 권위주의가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열린 사회의 기본 원칙을 저해하고 있으며 권위주의 국가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봤다.
문제는 민주주의 국가 역시 디지털 권위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허위 정보 배포, 악의적 댓글, 맞춤형 메시지 등 방식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디지털 권위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봤다. 그는 "인공지능(AI)과 같은 플랫폼이 이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현재 디지털 권위주의는 전례 없는 규모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는 '우려' 정도로 넘어갔던 디지털 권위주의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걱정'을 넘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콜먼 수석과학자는 "지난 수년간 디지털 권위주의에 맞설 수 있는 많은 기술이 개발됐다"며 "다만 이는 '비대칭적인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디지털 권위주의를 행하는 쪽은 정보, 자원이 풍부한 압제 정권인 반면 이에 대항하는 쪽은 개인이고 소수화된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온 사회가 민주국가로서 디지털 권위주의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라며 "현존하는 검열을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은 물론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위험이 임박했다"는 말로 재차 디지털 권위주의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다만 희망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전 세계 활동가들의 자유에 대한 노력과 행동, 캠페인, 사이버 무기 감시 등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콜먼 수석과학자는 또 "터키는 3년간 위키피디아가 차단됐지만 터키 대법원이 이 같은 정책을 뒤집어 지금은 접속이 가능해졌다"며 "디지털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행동에 지지를 표하지만 동참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니즈를 고려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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