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이스타항공 주식.. 개미들 들고 일어났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던 지분(구주·舊株)에 대해 전량 소각을 결정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회생할 날만 기대하며 투자를 했는데, 어떤 동의나 설명도 없이 무상소각이라는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당장 일부는 이번 무상소각을 무효화하는 집단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구주를 전량 소각하는 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스타항공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부동산 관리기업 성정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100%를 획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 일가 등이 보유하고 있던 구주는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됐다.
구체적으로 사라진 주식 총수는 971만4000주, 그 가치는 485억7000만원이다. 지분율로 보면 창업주 이상직 의원 자녀가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41.65%)가 가장 크고, 개인을 포함한 기타 주주가 보유한 32.56%가 바로 다음이다. 비디인터내셔널(7.68%), 에이프로젠케이아이씨(2.70%), 군산시청(2.08%), NH투자증권(2.01%), 신한금융투자(1.77%) 등이 뒤를 이었다.
이스타항공의 한 주주는 “이번 무상소각으로 4000만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손실은 개인의 귀책 사유지만, 소액주주 구주까지 무상 소각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얻거나 소명, 설명, 설득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주들은 법원에 민원을 넣고, 집단으로 무상소각 무효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상법 제 445조에는 ‘자본금 감소의 무효는 주주, 이사, 감사, 청산인, 파산관재인 또는 자본금의 감소를 승인하지 아니한 채권자만이 자본금 감소로 인한 변경 등기가 된 날부터 6개월 내에 소(訴)만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일부는 법원에서 결정된 사안을 뒤집지 못하더라도, 소송을 통해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기대하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법조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파산을 앞둔 기업이 회생을 하는 과정에서 구주 소각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구주 소각을 무효하거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절차상 문제점을 꼬집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이 승인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이미 검토됐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처럼 회생에 가까운 절차일 때는 회사에 책임 소재가 있기 때문에 채권단보다 주주 권리가 더 많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주주가 가진 지분별로 차등감자를 진행하는데 책임 일부를 금전적으로 묻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후 채권단 출자전환을 거치는데 채권단도 본인들이 빌려준 돈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주주들이 어느 정도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법 제205조 4항에는 ‘주식회사의 채무자의 이사나 지배인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로 인해 회생절차개시의 원인이 발생할 때에는 회생계획에 그 행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주주 및 그 친족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의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가 가진 주식의 3분의 2이상을 소각하거나 3주 이상을 1주로 병합하는 방법으로 자본을 감소할 것을 정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회사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판단 할 때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건이 있는 반면 이사회 또는 이사회 필요 없이 대표이사가 전권을 갖고 결정할 수 있는 건도 있다”며 “자기주식 소각의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이사회 결의를 통해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주주들이 주총을 통해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결국 무효를 주장하려면 이사회 결의가 정관에 위반되거나 위법하다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에는 2015년 회생계획이 결정된 한 건설사의 주식병합 및 자본금 감소 결정으로 인한 주주 권리 상실이 무효라는 2018년 원심을 파기하고 고법으로 돌려보낸 대법원 판례도 있다. 원심은 회사의 결정이 주총 특별결의 등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주주평등 원칙, 신의성실 원칙,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는 위배된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이스타항공은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에 항공운항증명(AOC)을 발급하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보유 중인 787-800 항공기 2대와 추가로 1대를 리스해 총 3대의 항공기로 국내선 운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년까지는 10대 이상의 항공기를 확보해 국제선도 취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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