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안 되고 두테르테는 된다?..'연대' 대신 '편가르기' 부추기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경향신문]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인가, ‘편 가르기’를 위한 것인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주최하는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 대신 미국과 중국의 진영 싸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제임스 골드가이어 아메리칸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와 브루스 젠틀슨 듀크대학교 공공정책 및 정치학 교수의 공동 칼럼을 전했다. 두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를 더이상 두 진영으로 나눠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이 중국과 민감한 관계인 대만을 공식 초청국에 포함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 가치와 지정학적 현실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권이 대만 독립 지지 등을 암시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미·중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선정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초청국 명단 기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민주주의 강화, 부패 해결, 인권 존중이란 목표를 지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나라를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초청받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부당 개입 등으로 민주주의 후퇴 비판을 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마약 범죄 혐의자 즉결처형 등 인권 탄압으로 지탄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은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으면서 권위주의식 통치가 이뤄지는 인도를 초청한 것도 주목된다. 이번 회의를 안보 전선을 굳히기에 활용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의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페핀스키 코넬대 정치학 교수는 지난달 22일 브루킹스연구소 기고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민주주의 글로벌 연합을 구성하는 것으로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 침략에 대응할 수 있다는 바이든 정부의 견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정부가 내부의 적보다 외부의 적으로부터의 민주주의 수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난 가네시 파이낸셜타임스 부편집장은 칼럼에서 “러시아, 중국, 터키 등을 제외하고 열리는 이번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탈리아 포퓰리즘 등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대되지 않은 국가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조장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민주주의도 지난 수년간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올 한해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부터 비백인 인권문제, 코로나19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등의 문제가 대두됐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달 조사 결과 17개국 선진국 시민 중 ‘미국 민주주의가 본받을 만 하다’고 답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유럽에서도 난민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우파 정치인들의 득세,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 문제 등이 떠올랐다. 미국은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미·중관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 묘사하며 편가르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진정 민주주의를 위한다면 편가르기가 아니라 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네시 부편집장은 “외국 권위주의자들에 대항하는 공동전선이 민주주의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국제적 연대를 표출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인과 잘 속는 유권자를 심판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라고 전했다. 골드가이어와 젠틀슨 교수도 “민주주의는 독재에 반대할 여유가 없다”며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군비 통제와 천연두 박멸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했듯이 현재의 미국과 중국은 기후변화, 핵확산 저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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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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