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트 빼도 되겠어?" 레오 향한 석진욱 감독의 '밀당'

김하진 기자 2021. 12.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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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과 레오. KOVO 제공


OK금융그룹은 지난 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2세트를 마칠 때까지만해도 패색이 짙었다.

1세트를 17-25, 2세트를 20-25로 내주며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이날 생일이었던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최악의 생일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석진욱 감독의 한 수가 전세를 뒤집었다. 석 감독은 팀의 ‘주포’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를 뺐다. 이날 레오는 1세트에는 3점, 2세트에는 5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레오를 빼자 오히려 흔들린건 삼성화재였다. 가장 경계해야될 대상이 사라지니까 삼성화재는 리듬이 흐트러졌고 3세트를 내줬다. 4세트부터 다시 투입된 레오가 12점을 올리며 살아났고 삼성화재는 속절없이 5세트까지 내주며 세트스코어 2-3으로 고개를 숙였다.

석 감독의 ‘밀당’이 효과를 본 것이다.

레오를 빼기로 결심한 건 2세트부터였다. 석 감독은 “레오가 높이가 잘 안 맞아서 원하는 코스에 안 오면 책임감이 떨어진다. 말로는 안 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진다.표정도 안 좋고 하려는 의지가 떨어진다”고 했다.

낌새를 챈 석 감독은 2세트에 국내 선수들에게 “레오를 빼도 되겠냐”고 물었고 “빼시죠”라는 답을 받았다.

석 감독은 “레오 하나 때문에 선수단 분위기가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다. 2세트에도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결정력이 해결이 안되다보니까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해보겠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레오를 3세트에 뺐다”고 말했다.

덕분에 레오도 정신을 번쩍 차렸다. 4세트 5-7로 뒤처진 상황에서 투입된 레오는 5세트까지 펄펄 날았다.

석 감독은 “분위기는 괜찮은데 레프트에서 뚫어주지 못해서 흐름이 넘어가려고 하는 상태였다. 점수도 지고 있었기 때문에 레오를 넣고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승리를 이끌어준 레오에게 ‘당근’을 던져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석 감독은 “레오가 다시 들어왔을 때 리듬이 좋아졌고 체력적인 부분도 괜찮아져서 잘해줬다. 계속 못한게 아니라 마지막에 잘했다”며 칭찬했다.

석 감독은 선수 시절 레오와 함께 삼성화재에서 뛰었다. 동료로 뛰어봤기에 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았다. 레오를 ‘게으른 천재’라고 칭했다. 석 감독은 “레오는 운동을 안 하고 싶어한다. 선수는 경기만 잘 하고 싶어하는데 훈련을 잘 하느냐에 따라 기량이 올라온다”고 했다.

현역 시절을 떠올린 석 감독은 “레오는 그 때도 훈련을 하긴 했지만 베스트로 하지 않았다. 경기 할 때에는 최선을 다하는데 연습할 때에는 소홀히 하면 혼내기도 했다. 그건 잡아야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사령탑이 이렇게 ‘밀당’을 하는 이유는 결국 레오가 팀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석 감독은 “레오가 선수들에게 말하는 게 동기부여가 된다. 경기 중에도 본인이 짜증내거나 화내면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최재한 자제한다고 이야기한다”며 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레오도 옛 동료이자 감독의 마음을 잘 알았다. 그는 “감독님에게 생일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승리가 선물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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