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예산엔 '여야 합치'..내년 예비비·국방비만 1.7兆 줄였다
구조조정 관련 낮은 예비비 1.1兆 줄여..국방비도 감액
SOC 예산은 4천억 늘어..철도·도로 등 인프라 줄줄이↑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조정 과정에서 고질적인 민원성 예산 편성은 여전했다. 늘어난 예산 사업의 재원 조달에는 자체 구조조정보다는 예비비와 국방비 등이 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 국회에서 공방이 벌어진 것과 달리,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는 여야 간 이견도 없었다. 올해 수 십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고 내년 사상 최대 규모 재정 지출이 예정됐음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재정 정상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서 비상금 위주 감액…규모만 부풀려
6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최종 확정된 내년도 예산은 607조7000억원으로, 당초 정부안보다 3조3000억원 증액됐다.
예산안 조정 과정에서 집행가능성이 낮거나 사업계획이 미흡한 사업 등을 감액했다는 설명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특정 사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의 감액 비중이 더 컸다. 감액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예비비다. 내년 3조900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1조1000억원을 깎았다. 올해(본예산 기준 8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친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일반사업 예산을 대규모 증액해 예비 재원 소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2019년(3조원)보다는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아직 불안정한 상태여서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평이다. 특히 재해대책비 등 사용 목적을 정해놓은 목적예비비만 당초 3조2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줄였다,
국방분야는 52조3000억원으로 정부안에서 6000억원 가량 감액했다. 국방은 지난해에도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재원 조달을 위해 당초 본예산 50조2000억원에서 48조4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깎인 바 있다. 올해 본예산 편성 때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1000억원 감액되기도 했다. 예산 사업 구조조정의 단골인 셈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이 밖에도 국고채 이자 상환금액 7600억원,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3600억원 등을 각각 감액했다. 예산 사업과는 관련이 낮은 `무늬만 감액`을 통해 대규모 재원을 줄였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회 감액이 불요불급한 사업을 감액해 국가 재정여력을 강화하는데 쓰이지 못하고 단순 국회 감액 규모를 부풀리는 용도”라고 비판했다.
확장재정 기조와 지역구 예산 확보는 ‘별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늘어난 예산은 코로나19 대응에 주로 쓰였다. 소상공인 지원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주장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 회복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과는 연관성이 낮은 도로·철도 등 인프라 관련 예산 증액도 눈에 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8조원으로 전년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예산이 늘어난 주요 SOC 사업을 보면 월곶~판교 복선전철(467억원), 호남고속철도 건설(408억원), 이천~문경 철도 건설(394억원), 별내선 복선전철(172억원), 부산항 제2신항(145억원), 남부내륙철도(122억원), 도담~영천 복선전철(111억원) 등이 100억원 이상씩 증액했다.
당초 정부안에는 편성되지 않았다가 국회에서 증액된 사업만 76개에 달한다. 태릉~구리 광역도로 건설(38억원), 부전~마산 광역철도(30억원), 태화강~송정 광역철도(21억원) 등 지역 사업도 상당수 포함됐다.
예산안 국회 통과 후 지역구 예산을 늘렸다는 의원들의 홍보도 이어졌다. 여당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태릉~구리 광역도로 건설을 편성했으며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지역구 예산을 국회에서 186억원 증액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도 광교~호매실 신분당선 연장(20억원) 등 35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지역구 예산 확보에는 야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안병길 의원이 국회에서 지역구 예산 56억원을 증액했다는 자료를 냈고 기재위 소속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특별교부세 약 17억원을 확보해 도로 개설 등에 배정됐다고 알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통과 권한이 국회에 있다 보니 재정 건전성보다는 선거 등을 감안한 선심성 예산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내년 대선 이후라도 정부가 국가채무 감축 노력 등 재정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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