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도덕성은 어떻게 성장할까

한겨레 2021. 12. 6. 16: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선호ㅣ서울 유석초 교사"선생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교무실에 다녀올 거예요. 5분이면 됩니다. 돌아올 때까지 교실에서 장난치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 없이 조용히 있으면, 다음 시간 운동장에서 놀게 해줄 겁니다."

5분 뒤에 돌아왔을 때, 정말 한명도 떠들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까? 교사가 없는 그 순간 뛰거나 놀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는 아이들은 늘 있다.

그러면 아이는 칭찬받는 것이 도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어질렀던 아이가 먼저 나서서 치우기 시작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연재ㅣ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게티이미지뱅크

김선호ㅣ서울 유석초 교사“선생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교무실에 다녀올 거예요. 5분이면 됩니다. 돌아올 때까지 교실에서 장난치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 없이 조용히 있으면, 다음 시간 운동장에서 놀게 해줄 겁니다.”

5분 뒤에 돌아왔을 때, 정말 한명도 떠들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까? 교사가 없는 그 순간 뛰거나 놀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는 아이들은 늘 있다. 5분 뒤에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10분이 지나서야 교실에 돌아왔다.

“제법 조용하게 있었구나. 말했던 대로 한명도 떠든 사람이 없었으면 다음 시간 운동장에서 놀게 해줄 겁니다. 쪽지에다 적어보세요. 한명도 떠든 친구가 없었으면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요, 누군가 한명이라도 떠든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되면 엑스(X)를 적어서 내세요.”

몇명의 아이들이 솔직하게 적어낼까? 학년에 따라 다른 차이를 보인다. 저학년의 경우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떠든 친구가 없다고 표시한다. 고학년의 경우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떠든 친구가 있다고 표시한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걸까?

도덕성은 인지력에 영향을 받는다. 내가 교실에 막 들어왔을 때 처음 한 말이 “오! 상당히 조용한데!”였다. 이건 일종의 칭찬이다. 눈앞에 보인 모습만 보고 칭찬한 것이지만, 저학년 아이들의 사고에서는 일단 칭찬을 받았으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잘한 것이기 때문에 동그라미를 적어 내도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인지한다.

하지만 고학년쯤 되면 안다. 선생님이 들어와서 조용한 걸 보고 칭찬했지만, 그건 선생님 눈앞에 보인 단편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칭찬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분별을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용기를 내서 엑스(X)를 적어내는 아이는 도덕성이 높은 아이가 된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 그들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고 혼내기보다 칭찬받을 수 있는 변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엄마가 외출했다 돌아왔다. 집이 엉망이 돼 있다. 엄마는 묻는다.

“이거 누가 그랬어?”

사실 엄마는 누가 그랬는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혼나지 않는 것이 도덕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거짓말이나 핑계를 댄다. “형이 그랬어.” “난 몰라.”

이제부터 첫말을 바꾸는 것이 좋다. “집이 엉망이 됐네. 이걸 깨끗이 치워주면 칭찬을 받을 텐데. 간식도 먹을 텐데.”

그러면 아이는 칭찬받는 것이 도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어질렀던 아이가 먼저 나서서 치우기 시작한다. 그런 과정이 쌓여나가면 이제 진짜 도덕성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어질렀더라도 내가 스스로 치우는 것이 도덕적인 것이고 칭찬받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학년 아이들은 잘못을 고치는 과정에서 칭찬이 도덕성을 높여준다. 고학년 아이들은 잘못된 상황에 대해 부끄럽다는 생각(주변의 평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의 도덕성은 선한 행위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신의 인지 수준에서 적절한 표현에 의해 성장함을 기억하자.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