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못 따라가는 자동차..가격도 오른다

고영득 기자 2021. 12. 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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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네시스가 지난 10월 출시한 GV60.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가 최대 1년 넘게 걸리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네시스 제공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 차체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가격을 대폭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차 출고가 지체되면서 중고차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등은 판매량 감소, 친환경차 연구·개발(R&D) 투자, 물류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 때문에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 안정화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가 부담을 계속 안고 갈 수 없으니 모델 부분변경 등을 통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가 1년여간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차종에 따라 신차 출고가 최대 1년 이상 늦어지고 있다.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도 악재로 떠올랐다. 반도체 공장이 몰려있는 동남아 지역까지 확산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무엇보다 철강 값 인상이 자동차 가격을 끌어올리는 직접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최근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12만원 인상하기로 현대차·기아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폭은 상반기 인상분(5만원)보다 두 배 이상 큰 수준이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차 가격이 급등했으며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내놓은 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는 올해 9월 신차 평균 거래가격이 4만5000달러(약 5300만원)로 직전 1년간 약 12% 상승했다. 중고차 매물 가격도 올해 11월 2만9000달러(약 3400만원)로 1년 전보다 29%가량 올랐다.

영국에서도 신차 공급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10월 중고차 가격이 연초와 비교해 28% 올랐고, 일본은 올해 10월 중고차 경매 가격이 1년 전 동월 대비 11%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신차는 일부 수입차를 중심으로, 중고차는 국산·수입차 모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출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고차는 신차 수요를 흡수해 신차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신차 가격 추이.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지난해부터 열연·냉연 강판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같은 자동차 주요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국제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하는 데다 물류비용과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차량 제조 원가가 급등한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중서부를 기준으로 지난해 1월 t당 603달러이던 열연강판 가격은 지난달 1502달러로 149% 뛰었다.

전기차 역시 배터리 소재 원가가 오르고 있어 당분간 차량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자동차연구원은 분석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대신 구매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호중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차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등 세제 개편, 전기차 보조금 로드맵 재검토 등이 정책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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