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선거 지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사라질지도 모른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6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중도 지향성을 분명히 했다. 윤 후보는 "당 혁신"을 통해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기반 확장"을 명시했고, 김 총괄위원장은 정당·정파를 초월한 "통합 민주정부"가 국민적 방향이라고 했다. 선대위가 첫 발을 떼는 자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결속에 얽매이지 않는 대선 캠페인과 정권교체 이후의 정부 운영 구상까지 밝힌 것이다.
특히 윤 후보는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문제로 국민이 받는 고통을 호소하며 '무조건 정권교체'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승리가 돼야 하는지'를 먼저 강조했다. 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윤 후보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 연설을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 중환자가 병실이 없어 온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며 "민주당 정부는 코로나 중환자 병실을 늘리는데 써야 할 돈을 오로지 표를 더 얻기 위해 전 국민에게 무분별하게 뿌려댔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행사 후 기자들과 한 질의응답에서 '선대위 출범 후 첫 공약'을 묻는 질문에 "제가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코로나에 의한 빈곤과의 전쟁'이라는 것을 이미 지난 8월에 선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연설에서 "집 없는 국민은 급등한 전세 보증금과 월세 때문에 고통받고, 집 있는 국민은 과중한 세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서민의 잠자리를 추운 거리로 내팽개치고 부패 기득권의 사익을 챙기는 민주당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힐난했다.
운 후보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무주택 가구가 절반에 가깝고,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이다. 또한 여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빈곤층"이라며 "이 모든 분들이 우리의 가족이고 이웃이다. 이 분들이 더욱 든든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두툼하고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더욱 튼튼한 복지와 사회안전망 체계의 확립을 이뤄내야 한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이같은 현실을 "이 지긋지긋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서 향후 있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만에 하나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계속 있을 두 번의 선거도 뼈아픈 패배를 당할 가능성이 크고,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보였다.
승리의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고 윤 후보는 강조했다. 윤 후보는 "열 가지 중 아홉 가지가 아니라, 백 가지 중 아흔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선대위 내 화합을 주문하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 그래야만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특히 "과거에는 형식적으로 당 선대위를 운영하고, 실제로는 소수로 구성된 외부의 캠프가 선거운동의 중심이었다. 저는 이러한 관행을 완전히 타파하고 당 선대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약해진 지역 당협을 재건하고 청년과 여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당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 이들을 대통령 선거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청년·여성 중용, 중도-진보로의 확장 등이 핵심 전략으로 못박힌 것이다. 그간 선대위 내부에서 대선 캠페인 방향성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립 끝에 후보의 입에서 그 결론이 나온 셈이다.
윤 후보는 자신의 집권 비전에 대해서는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기본이 탄탄한 나라'"라며 "'공정이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나 공정을 달성할 수는 없다"며 "공정은 현란한 말솜씨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온 묵직한 삶의 궤적이 말해주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윤석열표 공정'으로 나라의 기본을 탄탄하게 하겠다"고 검찰 고위직을 역임하며 다져진 자신의 이미지를 한껏 부각했다.
김종인 "민주통합정부로 국민 생계부터"…김병준 "개인 자유권 확대"
이날 출범식에서는 김종인 총괄위원장과 김병준·이준석 상임위원장이 인사말을 겸해 각각 기조 연설을 했다. 이 가운데 행사 막바지에 나온 윤 후보의 연설과 동조율이 가장 높은 것은 김 총괄위원장의 말이었다.
김 총괄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벼랑끝에 선 민생과 경제를 되살리며 공정과 상식의 기준을 바로세울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장정의 출발점"이라며 "실용적 정부, 실력있는 정부가 국민의 희망이고 '통합 민주정부'가 국민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정의로운 대통령이 앞장서고, 정당·정파를 초월해 능력있는 관료와 전문가가 함께해서 고통에 신음하는 국민의 생계부터 챙겨야 한다"고 했다. "청년은 일자리를 찾고 젊은 부부가 마음놓고 아이를 낳아 키울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며 "청년들이 신나는 세상을 만들어 기성 정치에 냉소적인 청년층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쫓아내려 안달한 강직한 공직자가 공정·정의의 상징으로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고 윤 후보를 추켜세우며 "여기에 담긴 국민의 뜻을 읽고 다시 국민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코로나 방역,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립 등 문재인 정부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한 김 총괄위원장은 특히 "자신들의 부정부패가 드러나려 하자 검찰 수사권을 빼앗고 자기들 충견 노릇을 할 이상한 수사처를 신설했다"며 "검찰총장 한 명을 내쫓기 위해 부처를 총동원해 해괴한 일을 벌였고, 그러는 동안 국민은 양쪽으로 갈라져 극심한 정치적 대결을 겪었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 사과, 반성도 없이 자기 측근에게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김병준 상임위원장은 경제·사회적 문제의 해법으로 "시장과 시민사회, 개인의 자유권을 확대하는 자유주의 철학"을 제시하며 "자유주의 철학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체제와 철학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을 다하게 하고 이 나라를 세계 중심에 서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상임위원장 겸 당 대표는 "지난 며칠 제가 초래한 혼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다"며 "후보와 우리의 순수한 노력 사이로, 남을 깎아내리고 이간질해 자기 자리를 만들려는 모사꾼들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당·선대위에서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다른 의견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에서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그것이 합의점을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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