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NFT와 국내 게임산업의 기회
NFT란 용어가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있다. NFT는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다. 디지털 파일은 복사하면 원본과 사본을 구분할 수 없는데 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를 이용하면 대체 불가능한 진품을 인증할 수 있다. 최근 유명 미술품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NFT 작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NFT를 활용할 수 있는 유망 산업으로 게임산업이 지목되면서 국내 게임회사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과연 NFT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대체불가능토큰이란 개념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빌렸다가 갚을 경우 1만원을 송금해도 되고 5000원짜리 두 장으로 주는 등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다른 방법이 있다. 그러나 미술 작품을 빌렸다면 원본은 다른 작품으로 대체 불가능하다. 만일 디지털 작품이라면 원본과 똑같이 복제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무한히 복사할 수 있어 희소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가치가 줄어든다. 그런데 원본 디지털 작품에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하면 이후에 만들어진 복사본은 절대 원본과 같을 수 없다. 온라인으로 배포되는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과 창작자 가치를 보장받을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국내 게임회사도 NFT를 활용한 서비스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NFT 기술이 적용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를 NFT 플랫폼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넷마블 역시 NFT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카카오게임즈와 NC소프트도 NFT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용자들이 아이템 구입에 돈을 쓰는 방식(Pay to Win) 대신 게임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Pay to Earn)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면서 많은 이용자와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이용자는 시간과 돈을 써서 캐릭터나 아이템을 키워도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웠다. NFT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하면 아이템의 생성, 판매, 강화 이력 등을 추적할 수 있어서 아이템에 대한 권리 일부가 이용자에게 이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는 게임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거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아이템이 현실의 현금과 교환되면 사행성 문제나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 등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르4'의 경우 사행성과 환금성 문제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게임 등급분류를 거부했다. 최근 열린 지스타에서도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 해도 NFT 등 환전 요소가 없는 게임은 현행 기준으로도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며 환금성을 띤 NFT 게임은 등급 분류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재차 확인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NFT 게임을 금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어서 베트남 게임업체가 개발한 NFT 게임 '엑시인피니티'가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기술이 발달하고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회 영역에서는 기존의 낡은 포지티브 규제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음원이나 미술 작품의 저작권도 부분적으로 투자하고 현금화하는 이 시대에 왜 게임의 일부분인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대해 투자하고 현금화할 수 없을까. 게임 규제 당국은 NFT 거래에 신뢰성과 투명성 보장을 확보하면서 신기술 시장 확대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NFT 기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잘 개발한다면 글로벌 시장 공략을 확대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공성전 등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일정 시간 고가의 아이템을 싸게 빌리는 것도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로 아이템 거래를 기록하게 되면 아이템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관리돼 아이템 음성 거래 시장 양성화 효과도 있을 것이다. NFT 기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야말로 메타버스 세상에서 필살기가 될 수도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 벤처창업학회 부회장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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