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 '영입 인재 흑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박성의 기자 2021. 12. 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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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선 이어 대선 앞두고 잇따른 '인재 논란'
"화제성만 보고 다각도 인사검증 이뤄지지 않아" 비판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선거가 다가오면 여의도에는 '스카우트 전쟁'이 펼쳐진다. 여야 할 것 없이 외부에서 '새얼굴'을 수혈하기 위해 중진부터 초선의원까지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그때마다 영입 인재를 둘러싼 '논란-사과-낙마'가 반복된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여야의 영입 인재 논란은 재현됐다. 왜 한국 정치는 선거 때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미투'부터 '돈봉투'까지 영입 인재 잔혹사

2020년 1월27일 오후 8시경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영입 인재 2호로 불러들인 원종건씨가 느닷없이 '데이트폭력 의혹'에 휩싸여서다. 이후 원씨는 사퇴했고 민주당 수뇌부는 반성문을 내놨다. 원씨 영입을 주도했던 이해찬 대표는 1월2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향후 인재 영입과 관련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청년 인재'라며 원씨 영입을 발표한 지 정확히 3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같은 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도 영입 인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역구 출마 여성 인재로 영입했던 하지원 에코맘 대표의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하 대표가 2008년 당시 서울시의회 의장선거 입후보자로부터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벌금 80만원에 추징금 100만원의 형을 받은 전력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2020년 2월28일 하 대표에 대한 영입을 2시간 만에 취소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영입 인재들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 내부에서도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해영 전 의원은 2020년 1월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국면에서 영입 인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공천에서 혜택을 받을 경우 당내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이들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당의 영입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후 바뀐 것은 없었다. 대선을 앞두고 인재영입 논란은 다시 재현됐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1호 영입 인재'인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혼외자 논란'에 휘말린 끝에 전격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던 함익병 의사가 '여성 비하 및 독재 지지성 발언'에 휘말리자 내정조치를 철회했다.

스토리만 보고 검증이 없다

유튜버나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당은 방어 대신 '사퇴 카드'를 빼드는 모습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미투' 같은 돌발성 의혹 제기는 당이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막말 또는 범죄 전력은 검증 가능하다. 사실상 당이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이유다. 왜 여야는 선거 때마다 같은 논란을 자초하는 것일까.

정치평론가들은 인사 참사가 선거 흥행에만 함몰된 한국 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용병'에만 의존한 채, 당내 인재 풀(Pool)은 관리하지 못한 당 지도부의 무능이 불러온 참사라는 것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소위 이야기가 되는 사람만 찾다 보니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등을 검증하지 못한 것"이라며 "어느 한 분야에서의 성공이 정치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인재를 검증하지 못하고 길러내지 못하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선대위 지도부에서도 만일에 있을 파장을 예측하고 내정자와 사전 협의를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대통령이 됐을 때 국정운영과 인선 능력을 다각도로 평가해야 한다. 여야 후보 모두 검증절차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5일 청년과미래정치위원회 간담회에서 "(마구잡이식의 인재영입은)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당의 밑천을 드러내는 거다"라며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 청년세대에 기회를 주고 (그들을)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원 등 의무적으로 사람들을 발굴하고 키울 수 있는 중앙 단위의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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