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안착' 위해선 수업량 더 줄여야

김지은 2021. 12. 6. 15: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 "192학점을 180학점으로 감축하고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화, 논·서술형 문항 개편해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

문재인 정부가 2023년 부분 도입, 2025년 전면 도입을 예고한 고교학점제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수업량을 더 줄이고,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입 시기가 앞당겨졌음에도 현장에서는 아직 교육과정과 평가방식·입시제도의 엇박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본격 도입 전에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안착되기 위한 보완 대책들을 제시했다. 사교육걱정은 고교학점제 도입 목적에는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제도 운영에 필요한 입시·평가 기준 개편, 인프라 구축 등이 미흡해 불안요소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직접 선택과목을 골라 수강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서 학점을 받아 졸업하고 입시에서도 이를 인정받는 제도다.

사교육걱정은 현재 교육부가 총 이수학점을 현행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1학점당 수업량(50분 기준)을 17회에서 16회로 줄인다고 했으나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4년제 대학들의 졸업 학점을 보아도 통상 120∼140학점이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수업량 부담이 크기 때문에 주 5회 6교시 수준인 180학점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수업과 공강, 보충이수 등으로 필연적으로 기본수업보다 수업시수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92학점을 들으면 학생들은 여전히 하루 평균 6시간이 넘는 기본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고교학점제가 과목과 관련해 다양한 선택과 실패의 과정을 허용하는 제도인 만큼, 필수 이수 학점의 비율이 더 낮아져야 학생들이 시간적 자율권을 갖고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신평가 기준 측면에서는 성취평가제(학생별로 교과학습 도달 수준에 따라 등급으로 평가하는 방식)를 전과목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현재 진로선택과목에만 적용되는 성취평가제를 전체 선택과목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했으나,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 방식이 여전히 유지된다. 사교육걱정은 “공통과목을 배우는 고1은 내신 경쟁과 사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고, 1학년 때 내신이 2∼3학년 선택과목 수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 고교학점제 취지에 충실한 이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학생의 발달수준을 고려한 ‘기본과목’ 개설의 활성화도 강조했다.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공통과목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본과목을 운영해 학력이 신장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대부분의 학교는 (학력이 낮은 학생들이 기본과목으로 빠져나가면) 공통과목 수강인원이 줄어 상대평가 등급에서 상위권 학생들이 불리해질까봐 만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본과목은 학생별 학습 수준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현재는 국어·수학·탐구 영역이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있어, 결국 학생들이 획일적인 과목 선택을 하게 되고 수능형 문제풀이를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선다형 문항 형식을 유지하면 문제풀이 훈련의 풍토를 개선하기 어렵기에 수능 문항을 논·서술형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러한 대대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2028년 대입 개편안 발표도 2024년이 아니라 2023년으로 앞당길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사교육걱정은 △기존 교과를 기반으로 학생 수준이나 흥미를 고려해 난이도나 주제를 세분화하는 선택과목 다양화 △국가교육과정 성취기준 기반의 평가문항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성적표 도입 △정규교원 확충과 수강신청시스템 구축, 교·강사 채용관리 업무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 정책국장은 <한겨레>에 “수능형 문제풀이 탈피와 줄어가는 청소년 인구의 성장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고교학점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보완 대책이 필요한 것”이라며 “2025년 전면 도입을 기준으로 그 전까지는 준비가 충분히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