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 최일선' 울산 가보니 "청정수소 이용은 아직.."

최우리 2021. 12. 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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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울산 수소 현장 르포]
민영주유소 "하루 50~60대 수소차 충전"
수소택시, 수소선박 등으로 활용도 높여
내연선박 가격 5배에 속도도 느려 '한계'
수소 경제 미래 그리며 관련 법 마련 요구
재생에너지 확대·연결 계획은 아직 없어
"그린수소 아니면 기후위기 대응 안돼" 우려
3일 울산 남구 수소차 충전소. ㎏당 7천원인 수소 충전을 위해 현대차 넥쏘가 줄지어 서 있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소경제위원회’가 출범한 뒤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수소에 기반한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그중 정유·화학 공장이 많은 울산광역시는 수소 경제 최일선 현장으로 손꼽힌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출입기자들이 울산의 수소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다. 다가오는 수소 경제에 대한 체감과 기대가 가능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우려가 공존했다. 현장 담당자들도 “관련 법령이 통과되어야 한다”, “수요가 먼저 늘어나야 한다”, “재생에너지 활용 방법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등 상용화까지 남은 과제들을 언급했다.

수소택시·수소선박…수소 도시 꿈꾸는 울산의 오늘

3일 오후 찾은 울산 남구의 ‘투게더 수소충전소’ 앞 간판에는 1㎏당 7천원이라는 수소 충전 요금이 적혀있었다.

일반 주유소를 운영하던 이가 주유소 옆 비어있는 땅까지 묶어 수소충전소로 탈바꿈시켰다. 환경부로부터 지원받은 30억원 중 24억원가량은 저장용기나 수소 압축기 등 시스템 비용으로 활용했고, 나머지는 건축 비용으로 사용했다. 김종명 울산시 에너지산업과 수소산업 담당자는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곳은 개인이 토지를 투자하고 운영권을 가진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거래하는 수소는 1.8㎞ 떨어진 석유화학공장 단지에서 직접 배관을 통해 공급받는다. 인정석 울산시 에너지산업과 수소산업담당관은 “울산은 석유화학기업이 많아 매설된 배관이 170~180㎞ 얽혀있다. 14개 석유화학기업에서 화학 공정 중에 발생시키는 수소(그레이수소)를 모두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머문 30여분 동안 수소차 충전을 하기 위해 6~7대의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가 주유소를 찾았다. “따로 차량을 섭외하지 않았다”는 게 이날 산업부와 울산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등 취재를 진행한 담당자들의 말이다. 울산시 담당자는 “넥쏘 기준 최대 143대까지 충전할 수 있다. 현재는 하루에 50~60대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며 울산에만 약 2300대의 수소차가 보급돼있고 수소차 충전소가 10곳이라고 말했다. 1대당 약 3.7~4㎏ 정도의 수소를 충전했고 5분 정도가 걸렸다.

수소차는 탱크 속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해 전기를 생성해 모터 차량을 움직이고, 부산물로 물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수소는 저장해뒀다 꺼내쓸 때마다 공기 중에 흩어져있는 산소를 압축해 공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유소 뒤편에는 커다란 압축기가 돌아가는 기계음이 계속 들렸다.

수소차뿐 아니라 수소선박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오후 울산 남구 장생포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현장에서는 수소 소형선박 개발과 실증 작업 중인 두 대의 레저형 수소선박을 직접 타볼 수 있었다.

(주)빈센이 제작한 알루미늄 재질의 10m짜리 선박은 쉐보레가 디자인한 선박으로 중동의 왕실 국가에서도 대당 10억원 정도를 주고 이미 구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구명정을 만들던 (주)HLB도 복합플라스틱 재질의 12m가량의 선박 실증 연구를 거의 마치고 있다.

3일 오후 울산 장생포 소형선박 부두를 떠난 (주)빈센의 알루미늄 재질의 수소선박에 취재진이 타고 있다.
3일 찾은 울산의 석유화학공장들.

두 선박 모두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사용해 40분 충전하면 최대 8시간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소개됐다. 이칠환 빈센 대표이사는 “13m, 16m, 25m 예인선 규모의 큰 배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실증 투자를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만들어지는 배부터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철민 HLB 기술연구소 차장은 “연료전지 성능이 실증되고 안정화되면 현재 설계한 배들을 제작해 개인에게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실제 타본 수소선박은 모터 소리가 다소 크다고 느꼈지만 안정감 있게 내항을 운행했다. 다만 같은 규모(8인승) 선박은 최대 시속이 40노트 정도인 데 비해 수소선박은 10~11노트 정도가 안정적이라고 업체 쪽은 설명했다.

현대차·두산 연료전지 실증 중인 ‘수소실증화센터’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간 국내 유일의 수소 배관 공급 방식의 수소연료전지 특화 실증시설이 갖춰진 울산 남구 울산테크노파크에는 2.4㎿ 규모의 현대차와 두산의 연료전지 실증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항수 울산테크노마트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은 “한국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3위이며 화석연료를 많이 써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보면 세계 2위다. 제조업이 많고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소비를 볼 때 석유화학공장이 몰려있는 울산은 2013년부터 이미 수소 전환을 준비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우 단장이 설명하듯 울산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기술 활용을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다. 수소타운 시범사업(2013~2018년·140가구), 수소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그린수소 생산 평가 등 수소와 관련한 각종 사업을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다녀갔다.

3일 울산테크노마트.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실증화센터. 500㎿ 4개가 있다.

“관련 법 통과 원한다”는 목소리…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가 우선

주유소를 하다 수소충전소로 전환한 자영업자, 고속구명정을 만들다 3년 전부터 수소선박을 개발한 회사의 중간 간부 등 수소 경제에 생활이 달린 이들을 포함해 수소 경제를 그리는 이들의 바람은 하나로 수렴됐다. 수소는 폭발이 가능한 물질이기에 안전 관리라는 대전제가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고, 수소를 각 산업에서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이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가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증은 2019년 초부터 했는데 상용화 계획은 말만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관련 법이 많이 필요하다. 수소를 활용한 제품을 만든다 해도 법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알 수 없으니 투자를 쉽게 하지 못한다. 국제적으로도 아직 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내연기관으로 운행하는 레저용 선박이 약 2억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현재 수소선박은 10억원선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은 상태다.

수소 경제 자체가 장밋빛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전세계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대란 가운데 수소 경제에서 대안을 찾지만, 한국과 같이 석유화학 공정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근본적 과제가 남아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게 선행 개선하지 않는 이상 에너지 전환의 궁극적 이유, 즉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과제는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3일 울산테크노파트의 수소생산모형.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구분한다. 포집저장기술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온실가스 발생을 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주로 청정수소라 부른다.
3일 울산테크노파크. 실증 중인 두산의 발전용 연료전지.

수소는 자연상태에서 물과 메탄, 암모니아, 불화수소 등 여러 화합물로만 존재한다. 이를 분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얻은 수소만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를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그러나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분해해 생산하는 ‘개질수소’나 석유화학, 철강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기 때문에 깨끗하지 않다는 의미로 ‘그레이수소’로 부른다. 그레이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경우 ‘블루수소’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 포집·저장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의 수소 기술은 ‘그레이수소’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는 천연가스와 수소뿐 아니라 울산을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에너지 복합기지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 계획까지는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 조승환 울산테크노마트 에너지기술지원단 책임연구원은 “수소는 저장이 어려워 수요처 개발부터 늘어나야 한다. 해상풍력발전은 육지와 50㎞ 떨어져 있는데 운송 비용 문제가 있다. 날씨와 기후 영향을 많이 받아 발전량이나 시간대가 안정적이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포함해 경제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정책적으로 연결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수소 경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수소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도는 좋게 평가한다”면서도 “그레이수소를 이용하면 천연가스를 사용할 때보다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다. 이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가능한 물질이라면 수소를 이용하지 말자는 비판도 있다. 결국 그린수소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고민 없는 수소 경제는 의미가 없다. 전세계적으로 왜 수소 경제가 떠오르고,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고민이 빠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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