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선대위 '1호·깜짝' 내세우지 말고 정책·공약 공들여야
(서울=연합뉴스) 여야 양당이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육사 출신의 조동연씨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영입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국민의힘은 5일 피부과 의사 함익병씨를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으나 불과 7시간 만에 취소했다. 모두 그럴듯한 조건과 외양만 보고 데려오려다가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에 없던 일이 됐다. '육사 출신의 30대 군사 항공 우주 전문가', '워킹맘'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조씨는 과거 사생활 문제로 자진사퇴했다. 그는 5일 변호사를 통한 입장문에서 "2010년 8월경 제3자의 끔찍한 성폭력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TV를 통해 건강 상식 등을 전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온 함씨는 월간지 인터뷰 내용이 문제가 됐다. 그는 2014년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함씨는 또 "독재가 왜 잘못된 건가.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다.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이 바로 1인 독재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다"라는 주장을 폈다.
선거철에 인재를 영입하려다 무산된 사례는 진보ㆍ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찾아볼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당 대표 시절인 2016년 '여성영입 1호' 인재로 김선현 차의과대학교 교수를 영입했으나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과 논문 표절 의혹까지 제기돼 사흘 만에 물러났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측에 영입됐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횡령 혐의로 법정구속 된데 이어 자신의 진급 파티에 부인의 학교 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휘 체계가 문란했던 점이 잘못"이라는 발언으로 상황이 더 꼬이자 결국 사퇴했다. 보수진영의 경우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 출신인 양정례씨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아 헌정사상 최연소인 만 30세 국회의원 기록을 썼다. 그러나 허위학력을 기재했다는 논란에 이어 공천 헌금 문제로 의원직을 잃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1대 총선에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하려다가 공관병 갑질 의혹 등으로 무산됐다.
선거 때마다 '인재 영입 잔혹사'가 반복되는 것은 외양이나 조건, 학벌부터 따지고 보는 후진적 풍토 때문이다. 깜짝 카드나 소위 '1호'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다 보니 개인이 살아온 발자취를 살펴보고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듣는 등의 검증은 소홀하기 쉽다. 이번에 국민의힘 영입이 철회된 함씨의 경우 이미 2017년 4월 문재인 대선 후보 선대위 자문위원단 명단에 들어갔다가 30여 분만에 전격 취소된 전력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2014년 월간지 인터뷰가 문제가 됐다. 기사 검색만 해봐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 걸러지지 않은 셈이다. 혹시나 알고도 강행하려고 했다면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다. 여야를 막론하고 힘 있는 인사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발표 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의사결정 과정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남부럽지 않은 학벌이나 배경이 유권자의 귀를 잠시 솔깃하게 할 순 있지만 드라마틱한 만큼 리스크 또한 크다. 평범하면서도 제 길을 걸어온 사람, 일상 속에서도 성실히 살아온 사람, 소외된 마이너의 목소리를 조용히 대변해온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를 끌어가는 인재다. 여야는 외형만 바라보는 지나친 영입 경쟁을 멈추고 정책을 가다듬어 대결해야 한다. 이미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내부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간신히 수습해 나가는 국면에서 외부 영입 인사 문제로 다시 따끔한 경고장을 받았다. 자칫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선거가 될까 우려스럽다. '1호ㆍ깜짝' 카드보다는 정책ㆍ공약을 꼼꼼히 가다듬는 선대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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