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전 승' 맨유, 랑닉 전술 특징 한 경기 만에 보여주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12. 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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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유, 랑닉 감독 데뷔전 1-0 승
▲ 맨유, 4-2-2-2 포메이션 & 압박과 속공 & 풀백의 공격적 활용
▲ 맨유, 공격 진영에서의 소유권 회복 시즌 하이(12회)
▲ 맨유, 기대 실점 0.43골로 시즌 최저치
▲ 맨유, 후반전 체력 저하 현상은 개선점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신임 감독 랄프 랑닉이 본인의 전술적인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데뷔전 1-0 승리를 이끌어냈다.

맨유가 올드 트래포드 홈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15라운드에서 1-0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랑닉 감독 데뷔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맨유였다.

결과 자체는 1-0이었으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전 경기들보다 확실하게 나아진 모습이었고, 무엇보다도 랑닉의 전술적인 특징이 두드러졌다. 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맨유는 점유율에서 61대39로 크게 앞섰고, 무엇보다도 슈팅 숫자에서 16대8로 정확하게 두 배가 더 많았다. 이는 이번 시즌 맨유의 경기당 평균치(점유율 50.3%, 경기당 슈팅 숫자 13.6회, 경기당 슈팅 허용 숫자 14.6회)에 상회하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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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메이션도 랑닉 감독이 선호하는 4-2-2-2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마커스 래쉬포드가 투톱으로 포진했고, 제이든 산초와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프레드와 스콧 맥토미니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알렉스 텔레스와 디오구 달롯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해리 매과이어와 빅터 린델뢰프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마이클 캐릭 임시 감독 체제에서 치른 주중 아스널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이었다. 부임하고 이제 72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날씨가 좋지 못한 관계로 45분 밖에 훈련하지 못한 만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가동한 랑닉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아스널전 승리 당시 맨유 선수들을 특히 후반전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모두가 체력적으로 충번히 좋았고, 회복도 잘 된 상태였기에 굳이 선수 변화를 할 필요성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캡처: BBC MOTD
비단 포메이션만이 아닌 전술적인 접근법도 랑닉 스타일이었다. 수비 라인을 높게 가져가면서 전원 전방 압박에 나섰고, 공격 진영에서 가로챈 뒤에 곧바로 공격을 감행하는 형태였다. 맨유 포백이 전원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 진영에 위치한 장면들이 자주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맨유는 공격 진영에서의 소유권 회복을 무려 12회나 성공시켰다. 이는 이번 시즌 맨유가 기록한 한 경기 최다이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최다에 해당한다. 그의 압박 축구가 빛을 발한 대표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호날두마저도 경기 종료 직전까지 다리가 풀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공격 진영에서 3회나 볼 소유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호날두가 이 경기 이전 PL 11경기 기록을 모두 합친 수치와 동일하다. 이에 랑닉은 경기가 끝나고 "호날두의 활동량을 보라. 엄청났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자연스럽게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 경기에서 맨유가 기록한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 숫자는 77회로 이번 시즌 PL 한 경기 최다 수치였다.


기본적으로 윙플레이어가 없는 포메이션 특성상(이를 보완하기 위해 투톱과 2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공격 시에 자주 좌우로 벌려주는 형태긴 하다)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도 두드러졌다. 텔레스가 맨유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터치(105회)를 기록하면서 2회의 슈팅을 시도(이 중 67분경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한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랑닉의 전술적인 변화에서 빛을 발한 선수가 바로 애런 완-비사카의 부상으로 인해 아스널전부터 선발로 나오기 시작한 달롯이다. 달롯은 수비적으로는 팰리스 에이스 윌프리드 자하를 꽁꽁 묶었고,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단 사진 참조)하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프레드의 결승골 역시 달롯의 패스가 기점으로 작용했다(달롯의 전진 패스를 받은 교체 출전한 공격수 메이슨 그린우드가 뒤로 패스를 내준 걸 프레드가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프레드 역시 랑닉 축구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공격부터 수비까지 왕성한 활동폭을 보이면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볼터치 숫자는 96회로 텔레스 다음으로 많았고, 무엇보다도 패스 숫자는 72회로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다.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숫자는 45회로 2위였다. 태클 역시 7회로 출전 선수들 중 텔레스와 함께 최다였고, 걷어내기도 2회를 성공시킨 프레드였다. 그의 터치맵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넓은 범위를 커버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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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이 살아나다보니 팰리스에게 공격 기회 자체를 거의 내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덕에 맨유는 기대 실점에서도 0.43골로 이번 시즌 PL 한 경기 최저 수치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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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부분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먼저 맥토미니는 압박과 수비에선 준수했으나 속공 중심의 공격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맨유 공격 방향이 프레드가 위치한 왼쪽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 맥토미니의 패스 숫자는 35회로 프레드(72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의 오른쪽에 위치한 브루누마저 자주 패스를 주고 받기 위해 왼쪽으로 이동하는 장면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맨유의 평균 위치만 보더라도 브루누마저 왼쪽으로 치우쳐진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그래프 참조). 당연히 맨유의 공격 방향 비율은 왼쪽 측면(50.8%)에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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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공 중심의 공격이다 보니 섬세한 면이 다소 부족했다. 롱패스 비율도 11.1%로 기존 맨유 평균치(9%)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공격을 주도하면서도 상대 밀집 수비를 깨기엔 마지막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결정적인 득점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엔 다소 어려움을 드러낸 맨유였다.

가장 큰 문제는 압박의 지속성에 있었다. 골은 비록 후반전에 나오긴 했으나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전반전과 후반전 격차가 있었다. 전반전은 말 그대로 맨유가 압도한 경기였다. 맨유가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 12대5로 2배 이상 많았고, 점유율에서도 67대33으로 크게 우위를 점했다. 특히 코너킥에선 7대1로 팰리스를 압도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슈팅 숫자에선 4대3으로 비등비등했고, 점유율 역시 55대45로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심지어 코너킥에선 2대5로 열세를 보인 맨유였다. 이는 맨유와 팰리스전 공격 위협도 그래프를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랑닉 역시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전반전은 환상적이었다. 특히 첫 30분 동안은 빠른 스피드와 빠른 전환, 그리고 빠른 템포를 보여주었다"라고 평가했다(30분 동안은 슈팅 숫자에서 10대2로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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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는 전임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 하에서 압박 관련 수치가 가장 떨어지는 팀 중 하나였다. 실제 맨유의 압박 횟수는 1035회로 최하위였고, 압박 성공 횟수도 당연하게 299회로 최하위였다. 심지어 활동량도 하위권인 15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랑닉식 강한 압박과 속공을 후반전까지 유지하기 위해선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그럼에도 맨유는 45분이라는 짧은 훈련 시간을 소화하면서도 랑닉의 전술적인 색깔을 팰리스전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제 여기에 맞게 팀 체질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다. 전술적인 방향성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맨유 팬들에게 만족감을 줄만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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