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리학과 출신 김신록 "든든한 김현주, 빠져드는 유아인"(지옥)[EN:인터뷰③]

이민지 2021. 12. 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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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김신록은 지옥행 고지를 받은 대상자 박정자로 분했다. 생일날 5일 후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는 박정자는 새진리회로부터 30억원을 줄테니 지옥행 시연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 하자는 제안을 받는고 아이들을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박정자의 지옥행 시연 생중계는 이후 세상을 완벽히 바꾸어놓는 계기가 된다. 박정자로 분한 배우 김신록은 '지옥' 전반부에서 가장 강력한 에피소드 중 하나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 칭찬이 많다. ▲ 연상호 감독님 작품은 사실 큰 세계관을 다루고 극단적 설정도 많아 배우들이 연기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극단적인 설정 안에서 드라마틱하게 해석과 표현을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걸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아서 뿌듯하다.

- 김현주는 김신록을 보며 배우로서 자극 받았다고 말했는데 같이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 현장에서 같이 연기했을 때 굉장히 진심인 배우라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에 새진리회 사람들과 변호사 사무실 분들이 박정자 집을 찾아서 계약하는 신이 있다. 정진수가 '애들 아빠가 왜 없냐. 유부남이었냐' 질문하니까 '미혼모인데 애들 아빠가 다르다'고 하고 민혜진 변호사가 날 잡으면서 '그런 말까지 할 필요 없다'고 한다. 그 순간 막아서는 힘이 진짜였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너무 든든하고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도 찐이라 생각했다. 역할 상으로도 박정자를 보호하고 지켜줬지만 선배 배우로서도 따뜻하고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 유아인과의 호흡은 어땠냐 ▲ 촬영이 많이 겹치지 않았다. 2번 함께 했다. 새진리회 의장을 처음 만나는 신과 계약할 때다. 두번 만났는데 배우님 자체의 힘이기도 하지만 하필 사이비 교주 역이다 보니 말만 하면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더라. 거기에 리액션만 하면 될 정도로 힘이 있었던 것 같다.

- 두려움에 떠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 극의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 CG 작업이 많고 진짜인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시연 장면 촬영은 어땠나 ▲ 각종 CG를 위한 장치들이 들어왔다. 쫄쫄이를 입은 무용수 분들이 지옥의 사자를 연기해주셨고 미러볼이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지옥의 사자들이 문을 뚫고 확 덮칠 때는 앞에서 작은 폭약을 터뜨려주시면서 문이 부숴지는 타이밍도 알려주셨다. 상상력으로 얼마나 사이즈가 클지 대체했다.

-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박정자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줬는지 궁금하다 ▲ 연상호 감독님이 '어땠으면 좋겠다'는 사전 디렉션이 잘 없으시고 연기했을 때 한두마디씩 툭툭 하시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캐릭터의 축을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물이 입체적이 되는 경험을 한 것 같다. 공항에서 아이들을 보내고 잘 떠났다는 말에 안도하는 장면이 있다. 그걸 찍고 감독님이 '김배우 연기 다 좋아했는데 지금 이 부분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여기서 차에 기대면서 안도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먼저 보여드렸던 연기는 '감사합니다' 하면서 박수 치고 좋아하다 울면서 주저 앉았다. 감독님은 힘을 툭 내려놓고 차에 기대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 출연는 작품마다 강렬하고 확실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노하우가 있다면? ▲ 내 취향이기도 한데 안전하지 않은 방식의 시도를 해보는걸 좋아한다. 때로는 그게 말그대로 위험하기도 하고 넘치거나 잘못된 방향이 아닐까 하지만 감독님들의 심미안을 믿고 현장에서도 시도들을 격려해주시는 분들 덕에 해보는 것 같다.

- 최근 매체 연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데 스스로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지 ▲ '방법'을 할 때 너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게 재밌고 또 해보고 싶었다. 재밌다고 생각한 이유는 내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환경 안에서 내가 해왔던 연기를 어떤 방식으로 변주해보는데 어떻게 작동하는지 프로세스를 쫓아가는게 재밌었다. 모르고 새로운 부분이니까. '괴물'을 만났을 때는 몰라서 어렵기도 하고 어려우니까 재밌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매체, 무대, 시각예술, 무용예술을 잘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 현재 연극 무대에도 오르고 있는 동시에 OTT에서 활약하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콘텐츠시장에 대해 가장 잘 느낄 것 같다 ▲ 나는 사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보다 대중들? 익명의 덩어리인 것 같지만 모두가 살아잇는 개인이다. 최근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콘텐츠 플랫폼이나 형식들이 실제 요구를 한발 늦게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은 OTT를 넘어 메타버스로 가고 있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감독님들, 제작자들,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배우들도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시대가 금방 올 것 같다.

- '지옥'에 이어 쿠팡플레이 '어느 날'에서도 신스틸러로 활약 중이다. OTT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데, OTT가 배우로서 새로운 기회가 될 거라곤 예상하진 못했을 것 같다. ▲ OTT에 대해 모두가 예상 못했을 것 같다.코로나 펜데믹과 겹치며 이렇게까지 수요가 빨리 늘거라고 시장에서 생각 못했을 것 같다. 진입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질거라 생각 못했다. '방법'으로 드라마를 다시 시작하게 되고 '괴물'로 이어졌는데 그걸 보고 들어온 작품이 OTT가 많았다.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고 시도할 수 있는게 많아진다는게 배우들에게 큰 기쁨인 것 같다.

- 차승원은 '이제 김신록 배우들 업계에서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아마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쓸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나 ▲ 나는 워커홀릭이다. 다양한 일을 함께 동시에 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상호간 시너지와 영감을 준다. 마음의 준비 하고 있다. (웃음) '지옥'과 '괴물'도 약간 겹쳐서 촬영했다. '지옥' 끝물에 '괴물'을 시작했다. 지금은 연극 '마우스피스'과 '재벌집 막내아들'이 겹쳐있는데 효과가 있다. '마우스피스' 이야기가 세상의 흐름 안에서 한때 주목 받았다가 해달라는대로 자기 방식을 수정하다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극작가 역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 '지옥'에선 안타까움을 유발했는데 '어느 날'에서 분노 유발자가 됐다 ▲ 아주 좋다.(웃음)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거나 뭔가 그래도 사랑스럽거나 하는걸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인물의 저열한 부분이 잘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다. 그런게 잘 드러난다면 좋겠고 그걸 통해 드라마 구조에 잘 기여하고 있다면 좋겠다.

- '지옥' 출연 이후 명문대 출신 이력도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인데 어떤 계기로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나 ▲ 결정적인 계기는 동아리 활동이었다. 사회대 연극반 활동을 했었다. 연기를 시작한 결정적 계기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지역에 있는 극단에 데려가셔서 '연극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라는거다' 하면서 다니게 하셨다. 공연도 보고 극단원들이 몸풀고 연습하는 것도 보고 입시생들 연기 가르치는 자리도 있어서 수업도 들어봤다. 그 시간이 나에게 배우를 어렴풋하게나마 꿈꾸게 하지 않았나.

- 올해 다작을 하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배우로서 올해를 기점으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 매체 작업을 메인으로 하고 있다는게 가장 달라진 점이다. 저스트엔터테인먼트와도 처음 계약하고 본격적으로 회사원, 신입사원이 된 마음으로 영화와 드라마 세계를 적극적으로 탐색해본다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 최근 부국제 드레스 자태가 다시 화제를 모았다.'지옥' 박정자 모습과 너무 달라서 네티즌들이 미모를 어떻게 숨겼냐며 놀라기도 했다 ▲ 아주 뿌듯하다. (웃음) 그렇게 본격 드레스를 입은게 처음이다. 입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 김신록에게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이것만은 꼭 지키는게 있나 ▲ 좋은 연기에 대해서는 항상 답이 변하는 것 같다. 최근엔 인물 그 자체보다 인물이 만나는 세계를 잘 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배우는 내가 더 계속해서 찾고 알아가야 하는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은? ▲ 특색있는 작은 역부터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까지 두루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드라마틱한 작품부터 소소하고 일상적인 작품까지 아우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작품을 열심히 찾고 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올해는 김신록 배우에게 어떤 해로 남을까 ▲ 시간이 지나면 '올해 나한테 어떤 해였구나'를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 그냥 올해 느끼기에는 마치 '지옥'에도 1,2부가 있는 것처럼 내 인생의 2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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