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김신록 "최대 수혜자? 인지도 없어서 발견된 것 같아"[EN:인터뷰①]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김신록은 지옥행 고지를 받은 대상자 박정자로 분했다. 생일날 5일 후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는 박정자는 새진리회로부터 30억원을 줄테니 지옥행 시연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 하자는 제안을 받는고 아이들을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박정자의 지옥행 시연 생중계는 이후 세상을 완벽히 바꾸어놓는 계기가 된다. 박정자로 분한 배우 김신록은 '지옥' 전반부에서 가장 강력한 에피소드 중 하나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지옥'을 통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소감은? ▲ '지옥'은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너무 재밌다'고 했고 웹툰도 찾아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영상화가 되면 잘 될 것 같다는 감을 받았었다. 박정자 역할이 이렇게 주목 받을줄은 몰랐어서 어리둥절하고 기분도 좋다.

- '지옥' 공개 후 접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뿌듯한 반응은? ▲ 남편도 배우인데 가장 1번으로 평을 해주는 사람이다. '이제껏 했던 모든 연기 중에 가장 잘했다'고 해줘서 너무 뿌듯했다. (웃음)

- '지옥'에서 존재감이 단연 압도적이다.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인지도가 상승한 걸 체감하나 ▲ 친구들한테 '20년 전 너랑 이렇게 만났었는데 기억하니?' 그런 연락이 많이 온다.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괴물' 이후 제안 들어온 것들이라 인지도나 변화는 인터뷰 자리가 많이 생긴걸로 체감하고 있다. 나를 궁금해 하시고 말 걸어주시는거라 생각이 들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 '방법' 출연 후 연상호 감독의 눈에 든 것으로 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 '방법'을 보고 박정자 역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연락을 제작사를 통해 받았다.

- 박정자 제의를 받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 너무 이 인물이 단편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범한 사람이지만 하찮거나 품위 없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그런 고민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나갔나 ▲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성'을 연기한다기 보다 지킬 수 없는 것을 지키려는 인간을 연기해보자고 생각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부탁하러 온 약자이긴 하지만 계급이랄지, 내가 평범한 사람이고 내 또래 여자 변호사가 앞에 있을 때 너무 계급적으로 내가 미천하거나 하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 방식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매 순간 겪는 심리적인 갈등을 세분해서 이해해보려고 했다.

- 박정자 지옥행 시연 이후 세상이 바뀐다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지옥'에서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 중에 하나다. 책임감도 컸을 것 같은데 ▲ 드라마가 나오고 시청자로서 보니까 구조적으로 진짜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은 대본 봤을 때보다 더 실감났던 것 같다. 대본을 봤을 때는 내가 이 인물이 고지 받는 순간부터 시연하는 것까지 풀로 나오는 인물이 나 밖에 없다. 지옥의 로직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걸 잘 따라가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 박정자란 캐릭터가 공개 후 가장 주목 받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된 이유는 뭘까? ▲ '지옥' 전체적으로 고지 받고 시연이 일어나기까지 쭉 따라가는 인물이고 '지옥'이란 세계의 로직을 셋업해주는 인물이라 중요하게 주목해주시는 것 같다.

- '지옥' 최대 수혜자라는 평이 많은데 ▲ 출연 배우들 중 내가 가장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나를 발견하셨다는 기쁨들이 있으신 것 같다. 날 발견하셨다니 이제는 일종의 너그러운 찬사를 받기가 힘들지 않을까. 인생에서 한번 받을 수 있는 칭찬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

- 대본으로 접한 박정자와 직접 연기로 표현한 박정자는 어떤 점이 같고, 또 차이가 있나? ▲ 대본 받았을 때 제작사에서 '중요하고 좋은 역할'이라고 제안했다. 내가 봤을 때 지옥에 간다고 고지 받고 죽는 역할인데 아이들의 엄마이다 보니까 너무 단편적으로 슬프고 연민을 자아내고 끝내기 쉬울 수 있겠다 싶었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재가 너무 단편적이고 평면적이지 않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인터뷰②에 계속)

뉴스엔 이민지 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