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조선일보-채널A·동아일보, 낯 뜨거운 종편10년 '자화자찬'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2021년 12월1일은 종합편성채널 JTBC, TV조선, 채널A, MBN이 개국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종편 10년'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당사자인 종합편성채널이었습니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자체 보도는 물론이고 모회사인 조선일보, 동아일보까지 '지면 사유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0년을 평가하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했는데요. 이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편 10년을 짚으며 '반성'보다 '자화자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TV조선조선일보, 채널A동아일보 '종편 10년' 부각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 10년'을 맞은 12월1일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12월1~2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방송의 경우 JTBC를 제외한 종편3사가 관련 보도를 냈는데 TV조선이 2건, 채널A가 1.5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신문도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3건, 동아일보가 2건으로 뒤를 이었는데요. TV조선조선일보와 채널A동아일보 보도는 방송의 자화자찬에 신문이 가세하는 모양새였습니다.
TV조선 '채동욱 혼외자 보도', '세월호 참사 보도' 자화자찬
TV조선은 <포커스-권력 감시자로, 현장 파수꾼으로… '10년'>(12월1일 박소영 기자)에서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잊지 않았다”,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자평했습니다. TV조선이 자화자찬 근거로 제시한 보도 중엔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와 '세월호 참사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TV조선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및 취재윤리 위반 논란 사례로 꼽힙니다. 2014년 10월17일 언론중재위원회 정기세미나 '공인보도와 인격권'에서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학자 벤젤의 인격영역 5개 구분을 설명했습니다. “(인격영역 중 특히) 내밀영역은 인간의 자유의 최종적이고 불가침적인 영역”으로 “성적 영역에 관한 사항”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제3자의 침입으로부터 가장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고 말입니다. “(권리자가 권리를 포기할 때도) 그 포기는 예외적으로 인정”되며 “정치가의 경우에도 내밀영역의 보호를 받는다”고 덧붙였는데요.
1998년 대법원 판결도 '사생활의 비밀에 속하는 사항은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 아닌 한, 비밀로 보호돼야 하고 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TV조선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공인'이라는 이유로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아닌 내밀영역을 침입해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TV조선은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을 폭로한 이 모 씨에게 인터뷰 대가로 현금 400여만 원과 휴대전화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취재윤리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12월 발표 논문 『세월호 사건 보도의 피해자 비난 경향 연구』에서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16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된 2014년 9월30일까지 TV조선과 채널A 저녁종합뉴스 관련 보도를 분석했는데요. “합법적 영역에서 행동하고 정부에 반대의견을 표출하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보여주었고, 농성, 단식, 반정부 의견을 표출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들을 범법자로 명명하고 비난함으로써 이들의 행동이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평가했습니다. TV조선 '세월호 참사 보도'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 편 가르기'와 '비이성적 낙인찍기'에 중점을 뒀다는 것인데요. 즉, TV조선이 자화자찬 근거로 제시한 보도 일부는 자화자찬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던 겁니다.
TV조선 “권력감시비판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자부”
TV조선 <앵커의 시선-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12월1일 신동욱 앵커)에서는 “실수와 허물이 없지 않았다는 점을 고백”한다며 짧게 반성의 뜻을 밝힌 뒤 “그래도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만물상-종편 10년>(12월2일 김태훈 논설위원)은 “(TV조선) 뉴스와 시사 프로는 정권의 응원단이 된 지상파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다른 뉴스와 여러 의견을 제공”한다고 호평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아직까지 기억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TV조선 개국 첫날 <최박의 시사토크 판>(2011년 12월1일)에서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찬양하는 자막을 띄운 겁니다. 진행자 박은주 조선일보 문화부장이 박 전 대표를 향해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고 말하자 제작진이 이를 자막으로 내보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상당수 누리꾼과 예능프로그램이 패러디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채널A와 동아일보도 '치열하고 발 빠른 취재'와 '굵직한 특종과 균형 있는 시사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자화자찬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3월, 이동재 채널A 기자에 대해 '검언유착' 의혹이 일었습니다. 이 기자가 금융사기사건인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며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큰손이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여권인사 연루 의혹을 알려달라고 강요했다는 것이었는데요. 1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강요미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취재윤리 위반'을 질책했습니다.
이 밖에도 TV조선조선일보와 채널A동아일보는 자사 예능프로그램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강철부대' 등에 호평을 내놨지만, 해당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은 높았을지언정, 끊임없는 선정성과 과도한 간접광고 논란 혹은 가학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를 보였습니다.
조선일보 '신뢰받는 TV조선', 정말 그럴까?
조선일보는 유독 '신뢰받는 TV조선'을 강조했습니다. <신뢰받는 뉴스온 가족 예능… 종편 10년 만에 TV조선 압도적 1위>(12월2일 양지호 기자)는 제목에서 '신뢰받는 뉴스'를 언급하더니 본문에서도 '신뢰받는 뉴스9'를 언급했습니다. 근거는 '지난해 12월 미디어오늘리서치뷰 실시 방송사 신뢰도 조사'였는데요. 하지만, 2021 시사IN 언론 신뢰도 조사 중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에서 TV조선은 KBS, JTBC, MBC에 이어 4위였습니다. 1위 KBS 신뢰도 15.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9%였습니다.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에서는 조선일보, MBC에 이어 3위(11.2%)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시사저널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중 '언론매체의 신뢰도'에서 TV조선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자 종편 불신, 종편 인식은 못 미쳐”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상반기에는 TV조선과 채널A를, 하반기에는 JTBC와 MBN를 각각 재승인했습니다. 심사결과 총점 1000점 중 650점 이상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승인을 의결하고, 650점 미만 사업자에 대해서는 조건부 재승인 혹은 재승인 거부를 의결하는 방식이었는데요. JTBC를 제외한 종편3사는 최소기준인 650점을 겨우 넘기거나 그에 못 미치는 심사결과를 받아 결국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특히 JTBC를 제외한 종편3사는 심사항목 중 공정성과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요.
이런 평가는 종편4사 '방송법 등 관계법령 위반정도'를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납니다. 종편4사는 방송법 등 관계법령 위반정도 평가에서 모두 감점을 당했는데요. JTBC를 제외한 종편3사는 모두 마이너스 2점 이상의 감점을 기록했습니다. 감점이 클수록 법령 위반정도가 심한 것을 뜻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상반기 종편보도PP 재승인 백서에서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 “시청자가 종편을 바라보는 눈높이에 비해 사업자의 인식은 뒤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TV조선은) 진행자와 출연자(시사대담)의 부절적한 발언이 반복되는데 시청자 의견과 자체심의 간 괴리가 크므로 시청자 의견을 반영하여 더욱 엄격히 통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채널A는) 특정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품격 저하, 신뢰성 저하, 공정성과 객관성이 저해되는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개선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며 제도적으로 관리가 미비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즉, TV조선과 채널A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시청자들은 TV조선과 채널A의 공정성 및 신뢰도에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건데요. TV조선과 채널A는 10주년 자화자찬 이전에 진정한 반성과 성찰부터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12월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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