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난민캠프 찾은 교황 "이주민 정치적 목적 착취 중단해야"
[경향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럽행 난민들의 이동 루트인 그리스 레스보스섬을 찾아 “정치적 목적으로 이주민을 착취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5일(현지시간)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를 방문해 난민 위기를 “문명의 난파”라고 지칭하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타자에 대한 공포를 부추겨 여론을 자극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정치적인 선전 도구로 이용되는 가난한 사람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역사는 편협한 이기심과 민족주의는 재앙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는 철조망과 장벽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모두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민 문제를 두고 “끊임없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레스보스섬을 찾은 교황은 난민 촌의 여러 가정을 방문했다. 한 때 1만명 이상이 머물던 레스보스섬 난민 캠프에는 현재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등에서 온 난민 20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그는 “5년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한탄하며 “유럽에서는 이주민 문제를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비극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이주민 문제를 외면하면서 “많은 문명의 요람이었던 지중해가 이제는 죽음의 거울처럼 보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2~4일 키프로스 방문을 마치고 전날 그리스 아테네로 이동했다. 그리스에서는 6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교황은 5년 전 방문 당시 시리아 출신 난민 세 가족을 바티칸으로 데려가 정착을 지원했다.
BBC는 교황이 난민들 앞에서 밝힌 메시지가 매우 직설적이었고 유럽 대륙 지도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국경통제 강화로 유럽에서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난민 사태나 영불 해협 이주민 보트 전복 사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민족주의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 포퓰리즘 정치 세력이 득세하면서 난민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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