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 미는 '종전선언', 美는 굳이 "종전성명" 표현한 이유
━
美 표현은 ‘성명’인 듯
미국 측이 공개적으로 종전선언을 ‘종전성명(end of war statement)’로 표현한 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한ㆍ미ㆍ일 차관협의 후 기자회견에서였다. 그는 “종전성명을 둘러싼 이슈와 관련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국무부에서는 종전선언을 ‘종전성명’으로 칭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만난 미국 당국자들은 종전선언을 칭할 때 반복적으로 종전성명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기류는 앞서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남ㆍ북ㆍ미ㆍ중 간 종전선언을 제안한 직후와는 다소 달라진 측면이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문 대통령 연설 이튿날인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하는 데에 열려있다”라며 종전선언(end of war declaration)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
정부 “같은 뜻” 국무부 “덧붙일 말 없어”
정부는 종전선언의 영문 명칭이 선언이든 성명이든 본질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술적인 표현의 문제일 뿐이라 어떤 표현을 써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미국은 오히려 ‘선언’이라는 용어를 쓴 경우가 드물고, 상대국이 있는 합의는 ‘성명’으로 표현해왔다는 설명도 있다. 실제로 2018년 북ㆍ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2012년 북ㆍ미 간 2ㆍ29 합의, 2005년 6자 회담에서 도출된 9ㆍ19 공동성명은 모두 영문명이 성명(statement)으로 표현됐다.
다만 미 국무부 관계자는 셔먼 부장관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굳이 종전선언이 아닌 종전성명으로 표현한 이유와 두 용어의 차이가 법적ㆍ정치적 효과의 차이를 뜻하는지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셔먼 부장관의 발언에 덧붙일 입장은 없다. 우리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전념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
전문가 “종전성명, 입장 정리 수준 될 듯”
정부 설명대로 종전선언과 종전성명 간 용어 혼용이 가능하다면 미국이 굳이 한국이 원하는 ‘선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애초에 종전선언 자체가 처음부터 한국이 주도한 이슈인데, 이럴 경우 이를 처음 제안하고 논의를 이끌어가는 쪽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때도 한ㆍ미 간 종전선언 문안에 대한 조율이 이뤄졌는데, 당시엔 협의 과정에서 미 측이 종전성명이라는 용어를 쓴 적은 없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종전선언으로만 표현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무렵 워싱턴 조야를 중심으로 북ㆍ미가 북한의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바꿔 협상 물꼬를 트자는 ‘선언 대(對) 선언’(declaration for declaration) 구상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전문가들은 종전선언과 종전성명 사이에 법적 의미의 차이는 없겠지만, 위상과 정치적 의미 측면에서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전직 교위 외교관은 “성명이든 선언이든 이에 따른 법적ㆍ정치적 의무는 그 구체적 내용에 따라 규정되겠지만, 보통 전자가 후자보다 격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말하는 종전성명은 종전에 대한 한ㆍ미의 초기 단계 입장을 정리한 수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종전선언이 유엔사령부 등 정전협정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미국이 종전선언과 종전성명의 용어를 차별화해 쓰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은 종전선언에 담길 구체적인 문안의 내용이다. 미국이 이를 성명으로 부르더라도 종전선언에 해당하는 내용을 얼마든지 담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동연 "성폭력 임신"에…강용석 "강간범 찾는데 인생 바칠것"
- '솔비' 화가 권지안, 일냈다...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 대상
- "가짜 수산업자, 손담비에 포르쉐 선물…멀어지자 보복"
- "재벌 회장이 뒤봐줬다" 루머에…최예나 측 "무관용 법적대응"
- "존경하는 박근혜" 발언 이재명…TK지지율 9→28% 급등
- [단독] "도와달라" 1분 뒤 "합류"…김종인에 윤석열 엄지척
- 조동연 해명에…진중권 "해선 안될 말"→"주제 넘었다" 왜
- "나는 끝까지 백신 안 맞겠다"라던 성우 쓰복만의 반전
- [건강한 가족] 관절통이 치매 부른다고? 일반인은 모르는 허벅지 근육 비밀
- "피고, 세상 속으로 나가도 좋다" 법정 울린 판결문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