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운아, 최종 목표는 명예의 전당"..남다른 고진영의 자기 소개[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오태식 2021. 12. 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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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홈페이지 자기 소개글 보니
평소 차분하다 경기에 임하면 활발
막강 대한민국 여자골프 원동력 돼
'무한 믿음' 주는 박성현 부활 기대
고진영. <사진 KLPGA 제공>

"내가 태어난 생일은 7월 7일이다. 그래서 난 항상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나의 성격은 긍정적이며, 밝고 쾌활한 성격이다. (중략). 누구보다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욕심이 많고,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고, 남이 잘하는 부분을 내것으로 꼭 만들려고 하는 성격이다. (중략) 최종 목적지는 LPGA이고 미국 명예의 전당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홈페이지에 있는 한 여자프로골퍼의 자기소개다. 과연 누가 쓴 것일까. 골프팬들은 누구의 얼굴을 떠올릴 것인가. 만일 지금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고진영(26)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대한민국의 에이스 골프팬이라고 자부해도 좋다. 이미 LPGA 입성의 꿈을 이뤘고 명예의 전당을 향해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고진영은 자기소개도 월드 클래스다.

자신의 생일과 행운을 엮으면서 시작하는 고진영의 글은 '꿈, 욕망, 욕심' 등의 단어를 총동원해 성격을 자세히 소개한 뒤 '골프 명예의 전당'이라는 최종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의 소개 글을 읽으면 고진영의 당찬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올해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선전을 펼친 박주영의 자기소개 글도 무척 인상적이다. 박주영은 골프팬이라면 잘 알고 있듯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박희영의 동생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여러차례 우승한 언니와 달리 아직 250번이나 대회에 출전하고도 우승이 없지만 박주영은 결코 주눅드는 법이 없다. 그의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호기롭고 당차다. 그의 소개 글을 보면 그의 성격을 금방 알아 챌 수 있다. 좀 길지만 그의 소개 글을 보자.

"나의 성격은 쾌활하며 활동적이다. 어렸을때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육상(멀리뛰기)을 하다가 언니 갤러리를 가게 됐는데, 언니들의 그 플레이가 멋있었고 나도 열심히 해서 다리에 양말자국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버지께 골프를 하겠다고 하여 중2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계 1위가 꿈이긴하지만 나의 목적은 누군가 '나를 보고 닮고싶다' 라는 우상이 되는 생각이들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특히 '열심히 해서 다리에 양말자국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양말자국 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했던 맨발의 샷이 오버랩된다. 그의 소개 글에선 박주영도 머지 않아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KLPGA 투어 선수들의 자기 소개 글에는 비슷한 문장이 많이 나온다.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활발해 진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이 없지만 친해지면 매우 활발해집니다.(전인지)

낯을 많이 가리지만 친해진다면 장난이 많고 정이 많아집니다.(임희정)

저는 쑥스러움을 타기도 하지만 활달한 성격입니다.(박현경)

성격은 낯을 많이 가리지만, 친해지면 활달한 성격이다.(오지현)

처음에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활발한 성격입니다.(김지영2)

제 성격은 좀 많이 소심하고 낯을 가립니다. 하지만 친해지면 굉장히 활발하고 말이 많습니다. (박지영)

아마도 평소에 차분하다가도 막상 일이 닥치면 활발해지는 이런 성격이 막강한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원동력이 되었을 수 있다. 골프는 멘탈의 게임이라고 하지 않는가.

다음은 누구의 소개 글일까.

'조용한 성격이며 사교성이 부족하지만 활동성이 있다. 친해지면 무한 믿음을 준다.'

'조용한 성격'이라면 골프할 때도 차분하게 홀을 공략하는 전략형 골퍼를 연상할 수 있다. 사교성마저 부족하다면 그는 그린 근처에서 강하고, 퍼팅이 뛰어난 숏게임 마술사일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이 자기소개의 주인공은 '남다른 장타자' 박성현이다. 골프백에 '남달라'라는 문구를 새겨 넣고 다니는 박성현은 화끈한 골프의 소유자다.

지금 박성현의 성적은 최악이다. 올해 19개 대회에 출전해서 10번 컷오프됐고 상금랭킹은 12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전반기 보다는 후반기 성적이 좋다. 조금씩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소개글 마지막 부분처럼 조만간 부활의 샷을 날릴 것이라는 '무한 믿음'을 준다. [골프포위민 오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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