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억해야 할, 12월3일 10구단의 약속 [안승호의 PM 6:29]
[스포츠경향]
9월은 프로야구 순위싸움이 정점에 오르는 시간이다. 내년 9월은 변수가 많아진다. 순위싸움 한복판에서 각팀 주축선수들이 갑자기 팀전력에서 이탈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키움 이정후(23)가 보름 이상 팀 중심타선을 비울 수 있고, LG 마무리 고우석(23)이 뒷문을 다른 선수에게 맡기고 팀을 떠나있을 수 있다. 또 삼성 우완 원태인(21)이 팀 전력에서 빠져 선발로테이션을 3~4차례 걸러야할지 모른다.
지난 3일 10개구단 단장들의 회의기구인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10개구단 단장들은 내년 9월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게임에 적용될 새로운 대표팀 차출 규정을 따르기로 다시 한번 약속했다.
지난 7월 KBO 실행위원회는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중단 없이 정규리그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8월 도쿄올림픽 이후 회의에서는 대표 선수 선발 대상을 만 24세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번 실행위원회에는 앞서 정리한 대표팀 관련 규정을 재확인했다. KBO 핵심 관계자는 “선수 차출과 관련해서는 다시 한번 다짐하는 기회가 됐다. 사실상 만장일치였다”고 전했다.
KBO리그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선수 선발에 따라 전력 유출 정도가 다른 데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경우 병역 혜택까지 걸려 있어 구단별 안배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로 단 한번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도 잡음이 적잖았고, 대회 성적까지 4위에 머물며 후유증까지 뒤따랐다.
KBO 실행위원회는 이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놨다. 특정 구단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선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단별 차출 인원을 최대 3인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두산 선수들이 대표팀에 대거 선발돼 ‘국대 베어스’라는 닉네임이 따라붙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아시안게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사라지게 됐다.
KBO리그의 오랜 정서를 감안할 때 리그 중단 없이 국제경기를 치르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24세 이하로 차출 대상을 좁히기는 했지만 대상 자원 가운데 경쟁력 있는 선수를 뽑자면 이번에도 구단별로 유불리 상황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회의에 참석한 한 구단의 단장은 “이런저런 상황이 예견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하는 일이라 구단 입장에서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모든 구단이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내년 여름이 되면 순위표상의 구단별 위치는 또 달라지기 마련이다. 9월 중순의 정규시즌 종반을 향하며 1위 싸움 그리고 5위 싸움에 목 맨 팀이라면 한두 주축선수의 이탈이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또 그때가 되면 어떤 뒷얘기들이 흘러나올지 지금은 단정적으로 예견하기 어렵다.
구단들의 생리를 감안하다면 드러난 것보다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리그의 전통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다. 오랜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그때 가서 말부터 바뀌면 안될 일이다.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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