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보러 갔는데 푸시킨이 주인공이네

장재선 기자 2021. 12. 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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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크냐제바, 푸시킨의‘스페이드의 여왕’, 2021.
김선명(왼쪽 네 번째) 뿌쉬낀문화원장과 발레리 게르기예프(맨 왼쪽) 지휘자 등 한국과 러시아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문학의 집·서울’에 세워진 톨스토이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뿌쉬낀문화원 제공

■ 10일까지 문학의 집·서울서 ‘러시아 문학, 미술과…’ 展

톨스토이 동상 제막식 기념

도스토옙스키·투르게네프 등

문학 주제 그림 60여점 전시

푸시킨 관련 작품 많아 이채

“러시아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작품 대부분 연극·오페라로”

서울 남산 자락에 있는 ‘문학의 집·서울’을 지난주 찾았을 때, 단풍이 그 빛의 절정을 뿜어내고 스러져가고 있었다. 늦가을 정취가 물씬한 이곳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을 만났다. 남자아이 손을 잡고 온 아버지가 있었고, 친구끼리 온 듯한 중년 여성들, 그리고 몸이 다소 불편한 아내와 함께 소풍을 겸해 온 남편도 있었다. 이들은 ‘러시아 문학, 미술과 만나다’전의 그림을 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옛 국가안전기획부장 공관을 개조해 만든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이었다.

이번 전시는 러시아의 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 동상을 문학의 집·서울에 세운 것을 계기로 함께 진행됐다. 러시아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꼽히는 레핀대 소장품 중 문학을 주제로 한 작품 6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러시안시즌’과 레핀대가 주최하고, 한국의 ‘뿌쉬낀하우스’와 문학의 집·서울이 주관했다. 러시안시즌은 러 정부 후원으로 매년 한 국가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문화 교류를 하고 있다. 올해 한국이 그 대상국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행사를 열지 못하다가 이번에 동상 제막식과 전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개최된 제막식에는 러시아 측에서 세묜 미하일롭스키 레핀미술대학 총장, 예카테리나 톨스타야 야스나야 폴랴나 ‘톨스토이영지박물관’ 관장,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도 함께했다. 특히 톨스토이 작가의 고손자로 현재 대통령 문화 특별 보좌관을 맡고 있는 블라디미르 톨스토이가 방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동상이 건립된 문호 톨스토이는 1907년에 우화 ‘카르마’가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후로 한국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휴머니즘에 바탕한 그의 사상이 우리 작가들의 사유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부활’ ‘전쟁과 평화’ 등은 국내 대중들의 애독서이기도 했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대표 인물로 인식됐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현재 러시아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레핀 미대 재학 시절에 그렸던 문학 일러스트레이션이다. 드로잉과 수채화, 판화, 에칭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

미하일롭스키 총장은 도록에 실린 해설을 통해 “젊은 화가들이 러시아 고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며 “한국 관람객들에게 러시아 문화유산과 미술대학의 특징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다룬 그림을 다수 볼 수 있다. 그들이 러시아 내에서도 크게 인정받는 작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의 작품도 화가 5명의 그림으로 만날 수 있어 그의 문학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개혁 사상을 지녔던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와 단편 소설의 거장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작품도 빠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알렉산드로 푸시킨(1799∼1837)의 작품 그림이 두드러지게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 …’라는 시를 쓴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 그림들은 그의 소설 작품을 묘사한 것들이다. 인간의 탐욕을 주제로 한 ‘스페이드의 여왕’은 아리나 바샤쉬나, 마리나 크냐제바, 올가 코발료바 등 세 명의 화가가 다뤘다. 단편 소설 ‘귀족 아가씨 - 농사꾼 처녀’는 마리나 모레바가, 안나 자이체바는 운문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은 안나 자이체바가 그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김선명 뿌쉬낀하우스 원장은 “푸시킨은 시인이자 소설가로 현대 러시아어를 정립한 인물”이라며 “러시아 내에서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보다 훨씬 더 사랑을 받으며, 대부분의 작품이 가곡과 연극, 오페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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