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경제 상식 없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자 행세"..노선·조직 갈등 '예고'

2021. 12. 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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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경제 민주화'..尹·김병준 '시장경제 우선'
金, 양극화 해소-코로나 극복 '국가' 내걸 듯
尹, 52시간제 조정 등 '시장' 중시 뜻 내보여
김종인계 인사와 尹측 중진 신경전도 감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 출범식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후보를 만난 뒤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서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의 ‘경제 민주화’,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의 ‘시장경제 우선’을 놓고 벌써부터 노선 갈등을 빚을 조짐이다.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국가의 역할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경제 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후보는 국가의 개입보다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이어왔다. 김 상임 선대위원장도 시장 경제를 보다 중시한다. 이런 가운데,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전날 김 상임 선대위원장을 겨냥해 “경제에 큰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등 벌써 신경전에 돌입했다.

▶국가 역할 vs 시장 우선=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과 양극화 문제 해소에 방점을 찍고 정책 구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6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이번에도 국가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3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때도 ‘예산 100조 투입론’을 거론했다. 그 해 국가 예산 512조원의 20%를 용도 전환해 재원 100조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소득 등을 보전하자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현실성이 없다”(이인영 당시 원내대표)고 할 만큼 급진적인 제안이었다. 그는 같은 해 8월에는 국가가 중위소득 50% 이하에게 기본적 소득수준을 보장하는 ‘김종인표 기본소득’을 고안했다. 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전통적 보수 색채와는 거리감이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추진키도 했다.

국가의 개입에 보다 열려있는 김 총괄 선대위원장과 달리 윤 후보는 그간 자유 시장주의자의 면을 내보였다.

윤 후보가 지난 2일 주52시간 근무제를 놓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지난 7월에도 주52시간제를 비판하며 “주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부정식품,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영미식 자본주의(자유주의·신자유주의)와 결이 다른 독일(뮌스터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윤 후보는 이러한 김 총괄 선대위원장의 ‘가치관’과 달리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했던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김 상임 선대위원장도 자유주의적 경제관을 갖고 있다. 김 상임 선대위원장은 김 총괄 선대위원장이 과거 ‘경제 3법’ 입법을 추진할 때 “경제를 국가 권력에 완전히 귀속시킬 법안”이라고 맹폭했었다.

양 측의 노선 갈등은 이미 예고됐다.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에)국가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느냐”고 했다. 기선제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전날에도 김 상임 선대위원장을 겨냥해 “경제에 대해 큰 상식이 없는 사람들은 경제를 쉽게 얘기할 때 시장경제를 내세워 마치 자유주의자처럼 행세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상임 선대위원장도 앞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 민주화 문제로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만 저는 시장경제에 더 무게를 싣는다”고 했다.

선대위 출범식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국회 사진기자단]

▶김종인계 vs 尹측 중진=김 총괄 선대위원장과 윤 후보 측은 향후 조직 운영을 놓고도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경제 민주화 철학을 이해하는 중도 성향 인사를 대거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가까운 이준석 대표, 소위 김종인계 인사들의 약진도 예상된다. 이를 보는 윤 후보 측 인사들의 경계심은 상당하다. 특히 김 총괄 선대위원장은 당 내 중진급 중 상당수와 사이가 껄끄러운데, 윤 후보의 측근 대부분이 중진급으로 채워져 있다. 윤 후보 주변에선 “‘상왕’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의견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한 전직 의원은 이를 놓고 “윤 후보의 유연함과 포용력을 가늠할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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