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도 팔았는데.. 두산 구조조정 연내 종료에 부정적인 채권단

송기영 기자 입력 2021. 12. 6. 10:00 수정 2021. 12. 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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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팔아도 오히려 두산그룹 자금 빠져나가
채권단 "두산重 재무구조 개선에 영향 없다" 판단

두산(000150)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으로 연내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채권단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채권단은 특이한 매각 방식 때문에 두산건설 매각이 모기업인 두산중공업(034020)의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은 내년 초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채권단 관리 체제 졸업 여부를 외부기관의 진단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이 중 7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는 내년 3월 초 마무리된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를 마치면 지난해 채권단에서 빌린 3조원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달 두산건설을 특수목적회사(SPC) 더제니스홀딩스에 매각했다. 거래금액은 2850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의 근원지인 두산건설 매각이 성사되면서 연내 채권단 관리 체제가 종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두산건설 매각이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고 내년 유상증자 진행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으며 업무협약(MOU) 종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두산건설 매각이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의 ‘마지막 퍼즐’로 봤지만, 채권단의 판단은 달랐던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두산타워 전경.

이유는 두산건설 매각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더제니스홀딩스는 위탁운용사(GP)인 큐캐피탈파트너스를 비롯해 신영증권PE, 유진자산운용, 우리PE,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설립한 SPC다. 이들은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발행주식 54%를 확보해 경영권을 갖게 된다.

더제니스홀딩스는 위브홀딩스라는 또다른 SPC가 투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위브홀딩스에는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5곳이 1380억원을 투자했고, 디비씨(DBC)라는 두산그룹 부동산 관리 자회사가 1200억원을 투입했다. 이렇게 모인 투자금 2580억원과 두산중공업이 보유 중인 두산건설 지분 일부를 출자해 더제니스홀딩스를 설립한 것이다. 두산건설은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더제니스홀딩스가 이를 전량 인수해 지분 54%를 가져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DBC는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밥캣코리아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결국 매각 대금 2580억원 중 1200억원은 두산그룹이 출자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더제니스홀딩스에 두산건설 지분을 현물출자했다. 더제니스홀딩스가 매입하는 주식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구주가 아닌 새로 발행된 신주 54%이기 때문에 이번 매각으로 두산중공업이 받는 돈은 한푼도 없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로 최대주주 자리만 더제니스홀딩스에 넘길 뿐이다. 신주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모두 두산건설에 유입되고 오히려 두산그룹과 두산중공업은 자산이 빠져나가는 매각 구조인 셈이다.

유입되는 현금은 없지만, 두산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두 가지 이득을 얻게 된다. 우선 그룹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꼽혔던 두산건설을 계열 분리하면서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여력을 확보했다. 두산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약 2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었다. 두산건설도 유상증자 후 부채비율이 지난 3분기 말 기준 429%에서 236%로 급감하는 등 건전성이 개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 매각이 몇차례 불발되면서 더이상 매각을 지연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우군을 확보해 이런 매각 구조를 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채권단은 두산건설 매각으로 두산그룹 자산이 오히려 빠져나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더제니스홀딩스로부터 두산건설을 다시 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경영권은 두산이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이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것은 향후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한 장치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자구안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중공업과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매각 구조상 여전히 두산의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내년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외부기관 실사를 통해 채권단 관리 졸업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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