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다" 오미크론에도 백신 의무 완화하는 기업들
일부 은행, 접종 의무화 대신 정기 검사로 갈음
美 기업 일부도 채용 공고서 백신 접종 여부 빼
전문가 "미접종자 고용, 안전하지 않는 기업 인정"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으로 각국이 백신 접종 의무화 및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부 단체와 기업은 구인 시 백신 접종 의무화 조건을 빼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탓에 부득이하게 채용 조건을 완화할 수밖에 없단 설명이다.
‘오미크론’에도 캐나다 기업들, 백신 의무화→미접종도 OK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캐나다 퀘벡주(州)가 지난달 의료 종사자에게 내린 백신 의무화를 철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퀘백주는 “우리는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수천 명의 종사자를 잃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온타리오주 또한 의료 종사자의 백신 의무화 지침을 중단할 계획이다.
몬트리올에 기반을 둔 수프 및 소스 제조업체인 루다 푸드의 로버트 아이즈너 사장은 현재 회사에 백신 접종 의무 조건을 두고 있지 않으며, 신규 고용 요건에도 백신 접종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라면서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 경쟁자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일 발표된 캐나다 노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일자리 수는 15만3700개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전인 지난 4월 대비 58.8% 증가했다. 그만큼 구인자와 구직자 간 공급과 수요 불일치가 증가하고 있으며, 캐나다 노동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미 완료 접종률이 80%에 달하는 캐나다에서 접종 의무화로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을 늘려 일터에 복귀시키기는 무리란 지적도 있다. 외려 기존 직원들마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댄 켈리 캐나다 독립 기업 연맹 회장은 “백신 의무화 도입은커녕 새 직원을 찾는 것도 어렵다”라면서 “백신 접종 문제로 잠재적으로 약 20%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일부 기업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으로 조건을 완화했다. 토론토-도미니언 은행과 몬트리올 은행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근로자에게 정기 검사로 갈음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글로벌 채용회사 아데코는 캐나다 기업의 절반이 백신을 의무화하고 나머지 절반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기적인 검사를 허용한다고 전했다.
미접종자 채용 시 기업 이미지 타격 비판도
앞서 캐나다 정부는 연방정부 공무원 30만여명과 연방 규제대상 기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95만5000여명을 백신 의무화 대상으로 지정했다. 캐나다 전체 정규직 근로자의 약 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또, 육해공 교통편을 이용하는 12세 이상 승객에게도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1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미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연방 공무원 및 정부와 협력하는 기업은 물론 일반 사기업이더라도 100인 이상의 종사자를 보유한 기업의 근로자에겐 내년 1월 4일까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예 창업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의무화 제약이 없는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구인 공고에 ‘백신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추가로 기재하면서 사람을 모으고 있다.
다만, 백신 의무화 분위기 속에서 백신 미접종자를 고용하는 방안은 자칫 직원 간 분열을 초래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마케팅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이 미접종자와 함께 일하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홍보대행사 프로비던트 커뮤니케이션즈 보이텍 다브로프스키 파트너는 “만약 기업이 ‘우리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고용하고 있다’라고 말하면 많은 고객들은 그 기업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게 여길 것”이라면서 “기업이 백신 미접종자를 노동력으로 노골적으로 활용한다면 명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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