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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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에서 한동안 사라졌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다.
개그에 서바이벌을 더해 과거와는 다른 포맷이어서 다소 생경하기는 했어도 또 하나의 웃음 통로가 생겨났다는 점에서 꽤나 반가웠다.
후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보다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더 많이 하면 이 선거도 얼마든지 웃음 넘치고 즐거운 이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억지 웃음처럼 '착즙'하듯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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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좋아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에서 한동안 사라졌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다. 개그에 서바이벌을 더해 과거와는 다른 포맷이어서 다소 생경하기는 했어도 또 하나의 웃음 통로가 생겨났다는 점에서 꽤나 반가웠다. 하지만 서바이벌 형식인 만큼 평가자들의 판단은 냉정했다. 개연성이 부족한 설정을 하거나 과도한 애드리브를 보태면 여지없이 퇴짜를 맞는다. 자연스러운 웃음에 대한 갈구가 그만큼 크다.
갈수록 대결이 치열해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져 있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코미디가 그러하듯 대중을 웃게 할 일은 충분히 있다. 후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보다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더 많이 하면 이 선거도 얼마든지 웃음 넘치고 즐거운 이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웃음과 즐거움이 많아질수록 유권자가 후보에게 느끼는 친근함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물론 대선후보들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후보가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이재명 후보가 그동안 유지해 왔던 머리 색깔을 바꾸고 의상 패턴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후보도 이마를 가렸던 머리카락을 올려 훨씬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하지만 그런 변화들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둘 다 더 단정하고 강한 인상으로 바뀌긴 했으나 친근한 느낌은 약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온다. 한마디로 강인함을 얻은 대신 부드러움을 잃었다는 얘기다.
대선 캠프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은 각 후보의 배우자들에게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이미 의원급의 배우자실장을 둔 민주당 선대위에서 '배우자 기획단' 설립을 검토하고, 국민의힘 내에서 '배우자 포럼'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가 나오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최근에는 후보 배우자에 대한 호감도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이 55%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후보가 됐든, 그 배우자가 됐든 국민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은 찬사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억지 웃음처럼 '착즙'하듯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좋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드러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공감받을 만한 언행을 통해 메우면 된다. 본모습을 감춘 채 연출로 포장되는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때로는 꾸며 만든 이미지보다 의도치 않은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각본 없이 표출된 행동이 더 큰 웃음이나 친근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오래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국민 앞에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고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기회는 대중 연설 외에 거의 없었다. 그 당시 서울 여의도광장에 100만 명 이상의 군중이 몰린 것도 후보의 진면목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후보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더 다양해졌지만, 후보로부터 연출이 가미되지 않은 '육성(肉聲)'의 진심, 강한 인상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을 얻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대중은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사실을 거의 다 안다. 단시간에 억지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이미 실패한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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