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게임처럼 즐겁게 마음의 문 열면 처음 만나도 친해지기 쉽죠

한은정 입력 2021. 1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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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청소년 문제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각종 일탈 행위가 노출되면서 청소년에게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어른들이 늘고, 세대갈등으로 청소년도 어른들을 불신하며 더욱 멀리하려는 경향을 보여요. 하지만 청소년들은 누구보다 성인의 지지와 인정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어른의 빈자리가 커질수록, 청소년들이 기댈 곳도 점점 사라져가죠.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김태인 학생모델(가운데)·장재인 학생기자가 마인도어 유혜리 이사장(왼쪽)을 인터뷰하며 '어른친구' 활동 등을 통해 청소년을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대해 알아봤다.

‘나를 진심으로 지지해 주는 어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그 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동청소년보호시설이나 정서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어른친구’가 되어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마인도어’가 그 주인공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마인도어 사무실을 찾아 유혜리 이사장에게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죠.

마인도어의 연말 네트워킹 행사로 워크숍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 메리노크로 서로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재인 마인도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인도어(MINDOOR)는 마인드(MIND)와 도어(DOOR)를 합쳐 마음의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청소년들의 마음을 열어가고 싶은 어른들이 모여서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이죠. 어른친구라는 모토를 가지고 어른들의 손길이 좀 더 필요한 청소년들을 만나서 같이 친구가 되어주는 활동을 합니다. 청소년들과 어떤 활동을 하기 위해 직접 메리노크라는 교구도 만들었죠. 메리노크를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그 수익으로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죠. 저희가 청소년에게 제공하는 감성 치유 활동이 어른들에게도 필요할 때가 있어요. 기업 워크숍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의뢰를 받기도 하죠.

청소년 보호시설에 찾아가 어른친구 멘토링을 접목해 진행하며 신나는 게임을 하기도 한다.

태인 왜 하필 친구가 되어줄 생각을 했나요.
청소년 시절 되게 힘들었어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 교회 선생님이 저한테 교훈을 하는 게 아니라 여유 되면 만나서 놀아주고 같이 시간 보내주고 하셨죠. 그냥 옆자리를 지켜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아무 편견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통해서 아프고 우울했던 마음이 많이 치유되면서 회복이 됐어요. 그래서 성인이 되면 나와 같은 청소년들을 엄청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도 그런 식으로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어른이기는 하지만 편한 친구처럼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어른친구란 모토로 다가가게 됐습니다.

미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 요소를 확인하고 본연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던 활동.

재인 많은 청소년들을 만났을 텐데 유독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요.
마인도어를 하기 전 과외로 만났던 친구가 있어요. 가정적으로 마음의 상처가 있어서 학교생활이 원활하지 않고, 학교는 가고 싶은데 의지가 생기지 않아 힘들어했죠. 오전 7시마다 그 집에 찾아가 깨워서 학교를 보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한 몇 년을 만나면서 이야기도 하고 친구처럼 지냈죠. 결국 자퇴를 했지만 본인에게 맞는 길을 찾으려고 하길래 같이 고민하고 지지해줬는데 최근에 대학에 붙었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아이로 인해 마인도어 같은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죠.

아이들의 바람과 욕구를 공유하는 소망의 나무 프로그램을 하는 모습.

태인 친구들을 대하면서 힘들거나 어렵다고 느낀 경우가 있다면요.
언어적인 부분이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친구들끼리 쓰는 욕들이 저희랑 있을 때도 습관적으로 많이 나오거든요. 이럴 때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고 제지해야 하나 아니면 이들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적응을 해야 되나 그런 고민들을 했었죠. 어쨌든 우리가 추구하는 건 어른친구고 친구는 ‘너 이거 하지 마’ 이렇게 강압적으로 하지 않잖아요. 그냥 표현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말보다 더 예쁜 말로 해도 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계속 말하니까 나중엔 참더라고요.

아동청소년보호시설이나 정서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어른친구가 되어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마인도어의 유혜리 이사장.

재인 마인도어 활동을 하며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나요.
되게 내성적이고 말도 안 해서 걱정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른친구를 만나면서 말이 엄청 많아진 거예요. 기관에서 이런 모습을 다시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죠.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우리가 올 때마다 그림을 보여주며 인정받기를 원했어요. 칭찬하고 격려할수록 더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발전하는 게 보였고 결국 영상·디자인 쪽 고등학교로 진학했어요. 그 친구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 돼야 자신 같은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우리를 보면서 마음만 있으면 도울 수 있구나 그래서 자기 꿈은 마인도어 어른친구가 돼서 자기 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우리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어요.

메리노크로 서로 알아가는 방법
마인도어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자체 제작 교구인 메리노크는 초창기 보육원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게임식으로 대화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시중 제품 중 대화를 유도하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도구는 그냥 카드를 뽑고 답하는 단조로운 방식이라서 아이들이 재밌어할까 걱정되기도 했죠. 유혜리 이사장은 “대화가 쌓여야 친해지잖아요. 근데 처음 만나자마자 ‘너는 어떤 인생을 살았니?’ ‘너는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니?’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그러니까 게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죠.

장재인 학생기자(왼쪽)·김태인 학생모델이 청소년들에게 어른친구가 되어주는 마인도어를 찾아가 하는 일에 대해 알아보고, 소통 교구인 메리노크도 직접 체험해봤다.

“‘내가 죽으면 가장 많이 울 것 같은 사람은?’이라고 직접 물어보면 당황해서 제대로 말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기가 뽑은 카드에서 질문이 나오면 ‘엄마!’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주변 친구들이 ‘너 엄마 없잖아’ 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아니야 나 엄마 있어, 만나기도 해’ 그런 얘기들을 하게 되는 거죠. 이 친구가 지금 상황은 이렇지만 엄마에 대한 애정이 크구나 그럼 그 부분을 어떻게 채워주고 어떻게 위로·격려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도울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가는 데 많이 도움을 얻었어요. 사실 메리노크는 청소년 때문에 만든 건데 어른들끼리도 해보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알아갈 수 있어요. 가족과 여행 가서 게임처럼 즐겨도 되죠. 기업 신입사원 워크숍을 위해 대량으로 사기도 하고, 상담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등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메리트 있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유혜리 마인도어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오종경 재정기획팀장(맨 오른쪽)과 메리노크를 하며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마인도어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자체 제작 교구인 메리노크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관계에 보드게임 형식으로 대화하고 관계 개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유 이사장과 오종경 재정기획팀장과 메리노크를 하며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총 6인이 함께 할 수 있고 보드게임처럼 아이템, 말도 있었죠. 기본적인 방법은 각자 카드를 뽑고 나온 질문을 보며 진실을 말할지 거짓을 얘기할지 정합니다. 거짓을 말하기로 정했다면 그럴듯하게 얘기하는 게 중요하겠죠. 각자 순서에 질문을 말하고 답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듣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투표하죠. 거짓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얘기한 사람은 진실을 말한 거라면, 맞추지 못한 거니 그 사람은 말을 놓을 수 있어요. 아이템 카드로 공격과 방어도 할 수 있고, 진실을 대답하는 카드만 모으면 길 카드 하나를 공짜로 넣을 수 있기에 조금 더 진실을 말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등 다양한 변수도 적용할 수 있었어요.

각자 카드를 뽑고 나온 질문을 보며 진실을 말할지 거짓을 얘기할지 고민하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김태인 학생모델은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생 선배가 있나요? 어떤 점이 그런가요?’라는 카드를 뽑았죠. “배우 겸 모델 스테파니 리가 있는데, 앞으로 제가 모델도 하고 싶고 배우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꼽았어요.” 유혜리 이사장과 장재인 학생기자는 진실이라고 했고, 오종경 팀장은 거짓 같다고 했죠. 정답은 진실이었어요. 장재인 학생기자는 ‘아직 용서가 되지 않는 사람 또는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카드를 뽑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삼총사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 얘기를 들려줬죠. 친구 B의 이간질과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에 힘들었다는 얘기를 길게 털어놓았어요. “이게 거짓이면 완전 난리 나겠네요.”(혜리) “중간에 악에 받힌 목소리 톤이 이건 진실입니다.”(종경) 모든 사람이 진실을 택했죠. 이때 장재인 학생기자가 “거짓”이라고 외쳤고 모두 비명을 질렀습니다. “얘기 자체는 사실인데 올해 그 친구가 저한테 와서 사과를 했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용서했기 때문에 용서하지 못한 사람은 없는 거죠.” 게임을 즐기면서 유혜리 이사장의 꿈과 10년 뒤 모습, 유종경 팀장의 첫사랑과 김태인 학생모델이 좋아하는 드라마와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 장재인 학생기자의 꿈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서로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소통하며 친해질 수 있음을 실감했죠.

■ 관계를 잘 맺고 싶은 소중 친구들을 위한 마인도어의 팁

「 자기 개방을 하고 먼저 다가간다
개인적인 부분이라든가 내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가세요. 내 얘기를 먼저 하면 그 사람의 마음이 더 잘 열릴 겁니다.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거 해’, ‘저거 해’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이거 도와줄 수 있어’ 부탁하듯 얘기하고 서로 동등한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세요.

진심은 통한다
처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긴장되고 어렵지만 결국 진심은 다 알게 되는 법, 진심이 전해지면 마음을 열어주고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을 테니 진심으로 다가가는 걸 잊지 마세요.


학생기자단 메리노크 체험기


메리노크를 하기 전, 게임박스에 딱 보이는 글귀 ‘마음의 문을 열어보세요’가 메리노크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죠. 자신의 마음, 서로의 마음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면 누구나 메리노크를 이용할 수 있어요.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어른친구와 그저 이야기만 했으면 더 어색했겠지만 낯가림이 심하고 이야기를 먼저 잘 꺼내지 못하는 저도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질문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알아가게 되어서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서로를 더 이해하고 깊이 알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인(서울 영훈국제중 1)학생모델

메리노크는 편안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담 없이 다른 사람에 대하여 알아갈 수 있는 게임이라서 즐거웠습니다. 다양한 질문이 있어 식상하지도 않았어요. 학교에서 친목활동 등을 할 때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도 예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좋을 것 같았어요.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학교나 회사 등에서 팀워크 등을 다질 때 사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느꼈죠. 소중 학생기자단 워크숍 때 이 게임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김태인 학생모델을 이번에 두 번째 봤는데 꿈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됐거든요. 상대를 알아가고 좀 더 친밀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장재인(경기도 보평중 2)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태인(서울 영훈국제중 1)학생모델·장재인(경기도 보평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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