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박3일 충청행, '이준석 잠적'에 완전 묻혔네

대전·세종·청주 이은기 기자 2021. 12. 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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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충청을 찾은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 당위성 강조와 청년 민심 잡기에 주력했으나 대중의 이목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잠적에 쏠렸다. 윤 후보의 노동정책관도 다시 문제가 되었다.
11월29일 윤석열 후보가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청년과 함께 with 석열이형’ 행사에서 청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14대 대통령 선거(1992년 12월) 이후 충청을 내주고 승리한 후보는 없다. 중원에서 많이 득표한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해왔다. 제20대 대선을 100일 남겨둔 11월29일, 첫 선대위 회의를 마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충청으로 향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저는 충청의 아들이고 충청은 제 고향이나 다름없다. 중원 충청에서 정권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리겠다”라며 2박3일간 세종·대전·청주·천안·아산을 찾았다. 윤 후보의 충청 일정에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 등 국민의힘 충청권 정치인들도 동행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세종시을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다.

충청 판세는 아직 안갯속이다. 대전 토박이라는 택시 기사 함 아무개씨(42)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선거 100일 정도 남으면 누굴 뽑아야 할지 90% 이상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는 그런 게 없다. 정권교체는 해야 하는데 인물이 없어서 힘들다.” 실제 여론조사 지표가 이를 보여준다.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당 지지도’를 통해 충청 지역의 표심을 살폈다. ‘대선후보 지지도(다자 구도)’를 보면, 6월29일 윤석열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와 윤 후보는 줄곧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해왔다. 11월19일 한국갤럽 발표에서 처음으로 충청에서 윤석열 후보(41%)가 이재명 후보(23%)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충청을 찾은 윤석열 후보는 지역발전 공약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지역 표심잡기에 나섰다. 윤 후보가 중원을 공략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권교체, 다른 하나는 청년 민심 붙잡기.

‘정치 신인 윤석열’을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끌어올린 힘은 정권교체 바람이다(〈시사IN〉 제739호 커버스토리 ‘윤석열은 이재명 대신 문재인 정부와 싸운다’ 참조). 충청 방문에서 윤 후보는 민주당 정부의 탈원전 및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11월29일 대전을 찾은 그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추진을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종합 연구개발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대전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탈원전 반대’ 간담회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원전 실태를 알게 됐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정책인지 알 수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효율적인 원자력발전 외엔 현재 대안이 없다. 탈원전이라고 하는 건 망하러 가자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총장 재직 당시 수사 지휘를 했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11월30일 충북 청주 2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클레버에서 진행한 ‘강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중소기업의 경영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노동) 제도 때문에 많이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는 것, 저는 확실하게 지양하도록 하겠다.”

윤석열 후보는 앞의 두 간담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언급하기보다는, 줄곧 문재인 정부를 저격했다.

윤석열 후보는 2박3일 충청 일정 내내 청년들과 만났다. 2030 표심은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의 숙제다. 윤석열 후보는 청년들과 만나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 기탄없이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11월29일 대전에서 진행된 토크 콘서트에서는 윤 후보의 청년 관련 정책이나 정치에 대한 생각보다는 윤 후보 자신의 청년 시절(대학 시절 학점이나 대외활동)을 회고하는 등 신변잡기 위주로 흘렀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전에서 회사에 다닌다는 한 청년이 “민초파·반민초파 논쟁, (탕수육) 부먹·찍먹 논쟁 등 젊은이들 사이에 있는 가벼운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윤 후보는 “(탕수육을) 부어서도, 소스를 찍어 먹지도 않고 간장에 먹는다. 사소한 것이라고 의미 없는 게 아니니 사소한 논쟁 많이 하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한 시간가량 늦게 도착하면서, 기다리던 청년들에게 거듭 사과하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철폐하겠다?

윤석열 후보가 충청에 머물며 연일 지역 연고와 공약을 내세우는 가운데 정작 대중의 이목은 ‘다른 곳’으로 쏠리고 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다. 윤 후보가 청주에 있던 11월30일 ‘대표 패싱’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던 이준석 대표는 당무를 거부한 뒤 잠적했다. 같은 날 돌연 부산에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 대표는 12월2일 현재까지 당 업무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윤석열 후보는 충청 일정 내내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답변은 그리 명쾌하지 않았다. “대덕에 와서 국가의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그런 정치 얘기(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는 여기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11월29일).” “아침부터 바빠서…(사정을 잘 모른다). 권성동 사무총장하고 통화했다. 이유라든지 이런 걸 파악해보고 한번 (이준석 대표와) 만나보라고 얘기했다(11월30일).” “(이 대표에게)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연락 안 되는) 자세한 이유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것 같다(12월1일).”

윤석열 후보의 노동정책관도 다시 문제가 됐다. 윤 후보는 지난 7월1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충청 방문에서 논란이 된 발언은 모두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듣는 과정에서 나왔다. 11월30일 2차전지 업체 클레버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윤 후보에게 “젊은 청년들이 어려운 일은 안 하고 쉬운 일만 하려고 한다”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일은 2교대, 3교대도 해야 한다. 그런 기업에는 52시간제를 풀어달라” 등의 호소와 요구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정부의 주 52시간이 단순기능직이 아닌 경우에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비현실적인 제도들은 다 철폐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호응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철폐’로 들리는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윤 후보 측은 “현장과 괴리된 제도를 철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린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12월1일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충청 일정에 대해 이렇게 총평했다. “충청 지역에서 열심히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준석 대표 당무 거부)이 일어나 캠페인이 묻히고 있다.”

대전·세종·청주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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