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잡으려다 '넷플릭스법' 철퇴맞을라..근심커진 인터넷업계

윤지혜 기자 2021. 12. 6.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일부터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기업은 이용자가 동영상을 올리기 전 불법촬영물 여부를 확인하고 걸러내야 한다. 지난해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전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세계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가 불법촬영물 식별기술에 대한 실증을 충분히 진행하지 않아 법 시행 시 서비스 오류가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10일부터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적용한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이용자가 움직이는 이미지나 동영상, 압축파일을 보내려고 하면 이를 정부가 개발한 필터링 기술로 불법촬영물인지 확인한 후 전송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구글·메타(전 페이스북)·트위터 등 8개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국내 포털·SNS·인터넷개인방송 등 87개 사업자는 이런 기술적 조처를 해야 한다. 여기엔 뽐뿌·보배드림·디시인사이드처럼 매출액 10억 이상이거나, 일평균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커뮤니티 등도 포함된다.
법 시행 3개월 전 필터링 기술 개발…"실제 서비스 테스트 안해"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불법촬영물을 걸러내는 표준 필터링 기술을 개발했다. 딥러닝 기반으로 영상물의 특징값(DNA)을 추출한 후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모은 '공공 DNA DB'와 비교해 불법촬영물 여부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해당 기술이 지난 8월에야 개발돼 실제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에 안정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필터링 기술 오류로 자칫 서비스가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반도체 공급 대란으로 서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필터링 기술을 섣불리 도입하면 트래픽이 급증해 서비스 장애가 빚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넷플릭스법' 제재를 우려하기도 한다. 과기정통부는 구글·메타·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웨이브 등 6개 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시정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경우 정부가 개발한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 오류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정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 시행 전 실제 서비스를 대상으로 식별기술을 테스트하는 과정이 없어 필터링 시간 지연이나 오작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라며 "정부의 불완전한 기술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데, 넷플릭스법 면책 여부도 불확실해 사업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6개월' 계도기간 준다지만…실효성 여전히 물음표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방송통신위원회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내년 6월까지 사업자가 충분히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제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다만 넷플릭스법 적용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관할 범위(과기정통부)가 아니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해 시행 당시부터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불법촬영물 유통 온상지였던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해외서비스는 법망을 피해가서다. 당시 방통위는 "텔레그램은 소재지조차 확인할 수 없어 법 적용 및 집행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효성은 적은 반면,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만 강화해 역차별 현상을 심화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구글·메타 등 국내 대리인이 있는 해외법인을 수범대상에 포함하긴 했으나, 실제 법을 집행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라며 "N번방 방지법이 입법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아빠가 생일선물로 7000만원 주셨다" 사연…달린 댓글들 보니바쁘다며 5년째 잠자리 거부하는 아내…이혼사유 될까요?"왜 다른 여자 손잡아?" 남친 흉기로 찌른 20대女"전라도 강사, 출신 안 밝힌다" 악플…1타 강사 박광일 집유"비싼 돈 주고 불렀는데 춤 좀…" 김현욱, 노제에 무례한 진행 '비난'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