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비판 의식했나".. 금융위원장 "내년 가계대출 유연·탄력 운영"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이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대출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는데다 정치권에서 금융당국을 압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온라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원칙은 4~5%지만 상황이 바뀌면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고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선 가계부채에 대한 고 위원장의 강경한 기조가 완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고 위원장은 "내년 가계부채 관리는 '총량관리'를 기반으로 하되 '체계적인 시스템관리'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며 "차주단위(개인별) DSR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시행되는 만큼 안정적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DSR 강화 조치가 조기 시행되면 상환능력만큼만 대출을 받는 관행이 정착돼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적용 대상이 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안된다는 의미다.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차주까지 DSR 규제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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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계대출을 일제히 조이자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는 죽어야 하나요?”라는 호소문도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지난 1일 ‘잔금대출 이자의 터무니 없는 상승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2019년 6월 이율 2%대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중도금 상환 및 잔금 대출을 하려니 이율이 4%라고 한다”면서 “지금이 그때보다 기준금리(코픽스·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지표금리)가 낮은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고 위원장을 향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새마을금고에 이어 신용협동조합에서도 전세자금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왜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국민이 져야 하냐"며 "형편이 좋지 않은 서민들, 중·저신용자들은 이제 제2금융권 대출마저 이용하지 못해 훨씬 더 높은 이자율의 대부업체, 아니면 불법사채시장에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이미 신혼부부 및 청년층, 무주택자들의 최초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올리고, 이자 부담도 덜어드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출 규제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여론에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기조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지난 7월 15조3000억원에 달하던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8월 8조6000억원 ▲9월 7조8000억원 ▲10월 6조1000억원 ▲11월 5조9000억원 등으로 둔화하고 있다.
DSR 단계적 규제가 조기 적용되면서 총량관리 대신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로도 전환할 수 있게 된 점도 감안된 것으르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과 협의 중인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계획을 이달 안에 확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내년도 중금리대출을 올해 32조원에서 35조원으로, 정책서민금융은 9조6000억원에서 10조원대로 상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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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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