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와달라" 1분뒤 "합류"..김종인 전화에 尹 기쁨의 엄지척

손국희 입력 2021. 12. 6. 05:00 수정 2021. 12. 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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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위해 판을 깔아줬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갸우뚱하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파고 들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에서 ‘판사 본능’을 발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전한 3일 ‘울산 회동’의 막전막후를 요약하면 이렇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커플 후드티를 입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회동의 표면적인 주연은 윤 후보와 이 대표였지만 당내에선 “무대 뒤편에서 벌어진 급박한 막전막후가 아니었다면 해피엔딩은 없었을 것“(당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이 대표와의 갈등, 김 위원장과의 밀고 당기기, 홍 의원과의 껄끄러운 관계 등 삼중고에 비틀거렸던 윤 후보는 이날 회동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①‘계산된 도발’ 이준석과 중재자 김기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왼쪽부터), 윤석열 대선 후보, 김기현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회동 전 사흘간 잠행을 하면서 윤 후보 측에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대표 측과 윤 후보 측이 전화로 꾸준히 물밑 접촉을 이어갔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회동 직전 이미 양측에 ‘이 대표의 잠행이 주말까지 이어지면 모두가 지는 게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돌출 행보가 일종의 계산된 행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중재자로 나선 김기현 원내대표의 역할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에게 회동 주역을 단 한명만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김 원내대표를 꼽겠다”고 말했다. 실제 3일 회동 전 김 원내대표는 윤 후보, 이 대표 양측에 “뭐가 됐든 일단 만나야 풀린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술잔도 거의 입에 대지 않고 대화가 엇나갈 때마다 나와 윤 후보에게 핵심 포인트를 짚어주면서 협의를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②고개 젓던 김종인의 기류 변화, 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석열 대선후보는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김 위원장의 합류 결심도 울산 회동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은 화룡점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의 한식집 ‘달개비’에서 윤 후보와 회동했지만 결렬됐고, 이후 당내에는 ‘김종인 불발설’이 파다했다.

하지만 울산 회동 전 김 위원장의 분위기는 이전과 많이 달랐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잠행 중이던 이 대표는 대리인을 통해 김 위원장 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속해서 합류를 설득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지난달 30일에서 1일로 넘어가는 시점에 김 위원장 측이 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이 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 기간 라디오 인터뷰나 대외 행사 참여를 취소하는 등 보폭을 줄였는데, 당 관계자는 “합류를 염두에 두고 말을 아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 중진들의 노력도 있었다. 권성동 당 사무총장과 김재원 최고위원, 5선의 정진석 의원이 2일 밤 김 위원장을 찾아가 합류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권 사무총장은 “선대위의 원톱은 누가 뭐래도 김 위원장”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김 위원장의 2일 저녁 회동도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같은 시각 윤 후보는 홍 의원과 비공개 저녁 회동을 하고 있었다. 이날 원 전 지사는 김 위원장에게 당의 위기 상황을 전하며 “합류를 결단해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이날 “원 전 지사와의 식사 뒤 합류 결심을 확실히 굳힌 것 같았다”고 전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3일 울산 회동이 시작된 직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당이 선거를 치를 상황이 되면 책임을 다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선대위 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의 마음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


③尹-洪 회동, 김종인 압박 카드 됐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후 홍준표 의원과 포옹을 나누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당 일각에선 이번 회동 성사의 숨은 주역으로 홍준표 의원을 꼽기도 한다. 홍 의원은 2일 밤 윤 후보와 비공개로 회동했다. 대선 경선에서 치열한 대결을 벌인 두 사람은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회동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홍 의원은 윤 후보에게 “이 대표를 찾아가서 설득하라. 당은 이 대표가 주도해야 정상이고, 파리 떼가 설치면 대선을 망친다”는 취지로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울산 회동이 끝난 뒤엔 ‘청년의꿈’ 게시판에 “이제 마음 편히 백의종군할 수 있게 됐다. 나를 이용해 선대위를 완성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책략”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당 일각에선 “윤 후보와 홍 의원의 회동이 김 위원장에겐 상당한 압박이 됐을 것”(야권 인사)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당내에선 김 위원장과 홍 의원의 ‘악연’을 고려하면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선대위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윤 후보와 홍 의원이 만난 뒤엔 “윤 후보가 홍 의원과 손잡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홍 의원이 선대위에 먼저 합류할 경우 역할 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김 위원장이 결심을 서둘렀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울산 회동 뒤 윤 후보는 홍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윤·홍 회동’의 중재자는 홍 의원의 검사 선배인 함승희 변호사였다. 함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복덕방’에 비유했다. 그는 “집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중요하지, 복덕방이 뭐가 중요하겠나”고 했다.


④“김 박사님 도와주십시오” 1분 뒤 엄지 치켜든 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하는 모습. 뉴스1

이 모든 막전막후의 결정판은 3일 울산 회동이었다. 현장을 수시로 지켜본 인사들은 “마치 화끈한 축제판 같았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술잔이 돈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통화가 연결되자 윤 후보는 거두절미하고 “김 박사님!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약 1분 뒤 김 위원장이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윤 후보는 엄지를 위로 치켜 세우고 주변에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통화를 마친 뒤엔 윤 후보가 “김 박사님이 함께 한다”고 선언했고 좌중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합의문 문구에 대해 문자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윤 후보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이 대표를 안심시켰고, 이 대표는 청년 표심을 끌어올 구상을 적극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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