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열풍에도 못 웃은 대표주 .."내년엔 박스권 뚫을 것"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업종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다.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한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옥'도 대박을 터뜨리면서 투자 열기에도 불이 붙었다.
한국 드라마 시장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넷플릭스 외에도 디즈니+, 애플TV+와 티빙, 웨이브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연스레 드라마 제작사의 몸값도 함께 뛰는 형국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한국 드라마 전성기를 이끌어갈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연간 30편 이상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고, 모회사 CJ ENM이 TV 채널과 OTT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어 실적 기반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킹덤과 스위트홈이 성공의 신호탄을 날렸고 오징어게임은 글로벌 최장기 1위라는 업적을 세웠다. 지난달 공개된 지옥까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제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 수출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드라마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존에는 제작사가 상대적으로 방송국에 종속되는 분위기였고 제작비와 제작 물량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국내·외 OTT 업체의 투자 확대에 따라 제작사의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제작 편수와 제작비가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까지 매년 100편 전후에 그쳤던 드라마 제작 편수는 지난해 이후 130~140개 수준으로 늘었고 회당 제작비도 30억원을 넘는 사례도 많다.
장지혜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아시아 시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콘텐츠 공급자로서 OTT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작사의 협상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투자금액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드라마 제작 편수와 퀄리티가 상승하면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OTT 시장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디즈니+, 애플TV+, 아마존프라임 등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670억달러(약 79조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OTT 시장은 2026년까지 126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올해만 국내 시장에 약 5500억원을 투자했고 향후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티빙과 웨이브 등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5257억원, 영업이익 49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매출액은 7% 감소, 영업이익은 23.2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 편수가 줄면서 매출액이 소폭 감소하지만 판매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또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최대 수준인 연간 30편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고 미국 LA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모회사 CJ ENM 채널 tvN과 OCN, OTT 채널 티빙에 안정적으로 드라마를 공급한다. 올해는 빈센조, 마인, 갯마을 차차차, 유미의 세포들 등 대표작을 선보였다.
올림픽과 코로나19(COVID-19) 등의 영향으로 작품이 일부 내년으로 밀리면서 역대 최대 제작 편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병헌, 신민아 주연의 '우리들의 블루스', 이다희, 김남길 주연의 '아일랜드' 등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티빙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은 중소형사와 달리 직접 글로벌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는 만큼 기대감이 더욱 크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함께 '더 빅 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를 기획·제작해 애플TV+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미국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은 국내 스튜디오 중 처음이다. 양사는 호텔델루나 등 스튜디오드래곤 IP(지식재산권)의 리메이크를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더 빅 도어 프라이즈'를 비롯해 해외 작품이 흥행을 거둘 경우 실적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준비 작품들은 제작비 규모가 회당 50억원 수준을 상회해 작품이 흥행할 경우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국내 대작보다 클 것"이라며 "스튜디오드래곤의 내년 이익 수준은 국내 판매 중심의 다른 제작사와 차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다양한 웹툰 IP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와 협력을 통해 웹툰 IP 활용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 이미 국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만큼 웹툰 IP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흥행을 거둔 '스위트홈', '지옥', 'D.P' 등은 모두 웹툰 기반 작품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업이익은 2020년 491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606억원 △2022년 801억원 △2023년 948억원 등으로 매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 변동성이 심해 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8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두 차례 9만5000원선을 돌파한 이후 다시 내려앉았다.
오징어게임 흥행을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을 향한 기대감에 덩달아 올랐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나왔다. 지난달 22일 고점 대비로는 약 13% 빠졌다. 그동안 tvN, OCN 등 캡티브 채널(전속채널)을 비롯해 전반적인 편성이 줄고 단기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없었던 것도 기대감을 낮춘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종 특성상 드라마 흥행 여부에 따라 주가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적 성장에는 의문이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는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방영 편수가 25편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최소 30편 이상으로 전망된다. 올 4분기에는 두 번째 아이치이 오리지널 '배드 앤 크레이지'가 12월 출격을 앞두고 있고 이진욱·권나라 주연의 '불가살'도 이달 중순 tvN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TV 22편, 티빙 6편, 넷플릭스 5편, 아이치이 3편의 편성이 확정되면서 제작 편수 증가에 따른 양적 성장과 187편의 IP를 활용한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회당 제작비가 많아 실적 기여도가 높은 미국 드라마의 실적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2만8267원이다. 현재 주가 8만6200원과 비교하면 상승 여력이 49%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15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미국 현지 드라마를 선보이는 한편 넷플릭스 재계약 시기로 2023년 이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며 "내년에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오랜 주가 박스권을 뚫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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