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송구한 마음, 자만하지않겠다".. 포용모드로 전환
"김종인·김병준·이준석과 함께 선대위 단합된 힘 보여드릴 것..
기다리는 것 또한 저의 리더십"
尹, 김종인 만나 선거전략 논의
일각 "尹의 변화 좀더 지켜봐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5일 페이스북에서 “자만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지난달 5일 후보로 선출되고 자성(自省)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과정에서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빚자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후보가 불통과 독선적 리더십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6일 선대위 출범식을 앞두고 김·이 두 사람과 갈등을 봉합하면서 “윤 후보가 ‘나를 따르라’ 식이 아닌 겸손·포용 리더십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란 말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많은 진통이 있었고, 당원과 국민께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며 “송구스러운 마음에 고민을 거듭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6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과 김병준·이준석 상임 선대위원장, 그리고 우리 동지들과 함께 단합된 힘을 보여 드리겠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서 하나 되어,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울산으로 내려가 이준석 대표를 만나 선대위 인선과 선거 캠페인 노선을 둘러싼 갈등을 풀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선대위 합류 의사도 이끌어냈다. 윤 후보는 이날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은 김 위원장과 1시간 동안 만났다. 선대위 공식 출범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선거 전략 논의에 들어간 것이다. 김 위원장은 회동 후 “코로나로 일부 계층이 경제적 황폐화 등을 겪는 것이 가장 중시해야 할 과제”라며 “어떻게 조기 수습할 것인지, 또 글로벌 경제에 맞춰 공약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윤 후보와 얘기했다”고 말했다.
선대위 출범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극적으로 ‘원팀(one team)’ 선대위 진용을 이끌어낸 셈이지만 국민의힘에선 “윤 후보가 나름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기 사람’ 위주로 선대위를 짠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윤 후보가 겸손과 포용 모드로 전환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때는 추진하지만,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저의 리더십”이라고 했다. 그는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의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일을 대화를 통해 해내는 것이 정치고, 그것이 정치의 매력”이라고 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가 정치 입문 후 추진력과 강직함 등을 강조해온 것과는 대비된다. 윤 후보 측 인사는 “윤 후보가 페이스북을 주로 여권 비판 메시지를 내는 데 활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내부 분란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분이 이어지면서 후보 선출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10%포인트 차 이상으로 앞서던 윤 후보 지지율은 최근 2주 새 곤두박질쳐 이 후보와 초접전 양상이 됐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윤 후보의 리더십 변화가 근본적인 변화인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일시적 태도 변화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 선출 후 불거진 ‘문고리 3인방’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 후보 측 인사들의 경계심도 여전하다. 윤 후보는 이날 상임 선대위원장과 선대위 홍보·미디어본부장을 겸한 이 대표에게 “(현장 선거 캠페인과 관련한) 전권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윤 후보 주변에선 “후보가 이 대표에게 끌려다닌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 측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 ‘공정경제·안전사회’ 등을 선거 슬로건으로 검토 중이다. 윤 후보 측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에 대해 “윤 후보가 정치에 참여한 이유가 담겨 있다”며 “이 슬로건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고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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