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또 하나의 라이브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2021. 12.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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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소수의 정해진 분들에게만 다다르는 강연을 했습니다. 매주 만들어진 강연이 1주일도 안 되는 빠른 기간에 편집되어 온라인을 통해 전해지는 방식으로, 두 달 가까이 진행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공부해온 내용일지라도 새로운 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정비하고 토요일마다 하루 종일을 투자하여 전달하는 일은 제게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전체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부터 강연을 들으신 분들로부터 후기를 통해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반가운 것은 ‘가족과 함께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는 내용이 있어 세대 간의 다름이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어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였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압축 성장은 삶의 질을 빠르게 높여주었지만 그만큼 각자 살아온 환경이 상이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가족을 보여줍니다. 작은 강연이 서로의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배움의 또 다른 혜택입니다.

‘강연에서 소개된 책을 읽게 되었다’는 반가운 이야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연 한 편에도 적지 않은 분량의 정보가 담겨 있고 템포도 빠르게 진행되어 소개된 내용만 해도 모두 따라오기 버거우실 터인데 이를 넘어 좀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까지 찾아보신다는 말에 스스로의 공부를 시작하는 착점을 제공해드린 듯하여 더욱 보람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즐거움은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하루하루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QR 코드로 업장에 들어갈 때마다 본인을 인증하고, 무인 카페에서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합니다. 스마트 뱅킹 서비스로 은행에 가는 횟수를 줄이고 메타버스 위에서 회의를 하며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처럼 일상의 행위들은 차례로 변해가고 있으며 이에 맞춰 살아가지만 사람들은 그 변화의 이유나 속도를 명백히 설명해 내진 못합니다. 생각의 변천이 이루어지고 나면 바뀐 나의 기준이 기존의 생각을 대체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각자의 경험은 주관적이기에 전체의 변화 속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데이터를 통해 이해하게 되면 나와 다른 이들이 삶의 변화를 객관화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준비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소비자의 느낌이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공급자의 역량입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4시간이 넘는 라이브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도 모시고 저의 공부와 경험을 강연뿐 아니라 질의응답을 통해서 펼쳐 보았습니다. 몇 주 동안 현장에서 함께 강연을 들으신 여섯 분과 온라인을 통해 만나 뵌 분들에게 그동안의 공부를 정리해 드리고, 그간 강연을 들으시며 생긴 질문들을 실시간으로 받아 대답해 드리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주말 오후임에도 1000명이 넘는 분들이 접속해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함께 지식을 나눈 소중한 분들과 보낸 라이브는 또 하나의 공부이자, 휴식이자,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그리고 시간차를 거쳐 온라인으로 제공된 제한된 경험이었지만, 지식을 매개로 쌓인 라포르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다 함께 모여 실시간으로 만나는 모임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해도 댓글을 통해 전해지는 살가운 마음으로 다가왔습니다.

라이브의 묘미는 역시 함께 있음을, 바로 지금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저의 언어와 표현이 상대에게 다다르고 그 파동이 즉시 반향을 만들어 전해지는 감동은 라이브의 생명력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인생도 라이브입니다. 소중한 삶의 라이브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음에 다시 한번 감사한 토요일입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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