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찰관에게 공포 극복 훈련이 필요한 이유
인천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의 부실한 경찰 대응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무능력한 경찰 대응의 첫 번째 원인은 교육 훈련 부실에 있다. 경찰은 조만간 1·2년 차 경찰 1만620명과 일선 경찰관 7만 명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과 테이저건 사용 훈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교육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 강당에 모여 관람하는 방법 같은 비체험형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군사 교육 훈련의 기본 원칙은 “훈련한 대로 싸우고 싸우는 방법대로 훈련한다”는 것이다.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은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경찰 교육은 법령·판례·정책·이론 등에 주로 치중되어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대응 훈련이 허술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마저도 코로나 상황 탓에 실습 훈련이 줄었다. 테이저건 훈련만 보더라도 2019년 4만8184회 실시했지만 올해는 7314회에 불과했다. 올해 테이저건 훈련 예산은 현장 경찰 6만7000명이 1회를 발사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훈련 없이 능숙해질 수는 없다. 테이저건도 권총 수준의 훈련이 요망된다. 이번 사건에서도 현장 경찰관의 테이저건 무대응은 부족한 실습 훈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장비 사용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현장 경찰관은 “흉기로 목 부위를 공격당한 피해자를 보고 구조요청만 생각했고 그 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해명에서 주목할 요소가 있다.
데이브 그로스먼의 ‘전투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보편적 공포증을 강조한다. 인간의 98%는 타인의 공격성에 공포를 느낀다. 경찰관도 예외일 수 없다.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 편람’은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자연재해보다 인간이 주는 폭력에 의해서 강력한 트라우마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집중호우로 집이 휩쓸려가고 가족 모두가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과 심야에 강도가 들어 가족들을 폭행하고 집을 방화한 상황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두 사건의 결과는 유사하지만 공포감은 강도 피해가 월등히 크다는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의자와 외적인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내적에서도 공포와의 전투가 개시된다. 공포 반응은 혈관을 수축시켜 소근육 운동기능을 약화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더욱 심해지면 이른바 ‘컨디션 블랙’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주변 시야를 상실하고 거리 감각의 둔화가 초래된다. 실제로 강력범죄 목격자가 근거리 시야 상실로 인해 전화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여 신속한 신고에 실패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억상실도 발생할 수 있다. ‘전투의 심리학’에 따르면 총격전을 벌인 미국 경찰관 중 47%가 일부 행동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였고 21%는 기억 왜곡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공포에 따른 신체 변화의 특성을 고려한 경찰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공포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독감을 이겨내기 위해 백신을 맞듯이 공포 극복 훈련이 주입되어야 한다. 그로스먼은 이를 ‘스트레스 예방접종’이라고 하였다. 경찰 교육훈련에 공포 노출 환경 조성, 인공혈액 및 페인트탄 같은 현실감 있는 실습재료, 비살상 진압장비 보급, 실용적인 호신용품 보완, 신체 특성 원리에 입각한 훈련 방법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교육훈련의 개발과 시행을 통해서만 부실한 경찰 대응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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