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행에는 장애가 없다
[경향신문]
한 통의 감사 편지를 받았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에서 여행용 보조기기를 빌려 뇌병변장애인 아내와 함께 인천 소래포구를 다녀온 지체장애인 남편이 보내온 사연이었다. 그동안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가족 나들이는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한동안 집 안에서만 지내다가 밖으로 나오니 “영혼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행복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30년 넘게 관광업계에 종사했지만, 이렇게 관광 약자를 대할 때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의 여가 활동은 TV 시청이 88.2%를 차지했다. 눈이 안 보이거나 다리가 불편하면 여행은커녕 간단한 외출조차 큰 도전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가도 높은 턱, 경사로, 좁은 길목에 막히는 돌발 상황이 허다하게 발생한다. 숙박 여행은 더 험난하다. 서울관광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관광숙박시설 가운데 장애인 객실 설치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은 6.7%에 불과하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도 몇몇 제한적인 노선에서만 운행되고 있다. 여행의 기본인 이동과 숙박부터 난관인 셈이다.
서울관광재단은 관광 약자를 포함한 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관광 약자 모두가 여행을 즐기는 서울을 만들고 있다. 2019년 관광 약자를 위한 서울다누림관광센터를 개관하고 이후 식당,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에 출입구 경사로와 자동문 설치 등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관광 약자도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휠체어 리프트 차량을 활용해 관광 약자 여행 활성화를 지원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장영상해설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휠체어 리프트 차량인 서울다누림 미니밴을 백신 접종 지원 수송차량으로 전환하여 관광 약자를 대상으로 자택에서 백신 접종 장소까지 무료 왕복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됨에 따라 다가오는 2022년은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서울관광재단은 관광업계 회복과 증가할 여행 수요 대응을 위해 해외 여행사 팸투어를 추진하고 서울 산악관광 지원센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서울 투어, 야간관광 개발 등 신규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고 있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 시대 관광 약자를 위한 준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의 시작으로 도쿄 패럴림픽 참가 서울시 선수단과 함께 진행한 유니버설 관광 팸투어를 진행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서울다누림 버스와 미니밴도 정상 운행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경기, 인천 등 수도권 타 시·도와의 협업을 강화하여 관광 약자들이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여행을 선택한다. 서울관광재단이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해외 10개국 1200명의 외국인 10명 중 7명이 내년 해외여행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몸이 불편한 관광 약자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녀노소 그리고 관광 약자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서울에 갈 수 없는 곳은 없어야 한다. 여행에는 장애가 없다.
길기연 |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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