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간개발사업 토지 수용, 더 이상 안 된다
해외선 민간 수용권 제한적 허용
국회, 개별법들 분석해 폐지해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산책을 시키기 위해 개를 데리고 나서면 개는 가끔 뒷다리를 들어 가능한 한 높은 곳에 오줌을 뿌린다. 오줌이 마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정글에 사는 새들을 포함해 모든 동물은 자신의 영역이 있다. 심지어 식물도 자신의 영역이 있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도 정해진 궤도를 돌아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면 지나친 상상인가.
근대의 소유권은 본질적으로 토지 소유를 의미했다. 영토가 없는 민족은 늘 멸시당했다. 토지국유화, 토지보유세 신설 등을 주장하는 이들은 소유권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개인의 소유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오직 국가주의 정부뿐이다. 소유권 없는 백성은 다른 자유도 없다. 자유는 소유의 사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산문집 《나와 아버지》를 쓴 옌롄커의 아버지는 1960년대 중국 산촌에서 쌀과 땔감, 기름과 소금을 얻기 위해 분투하면서 생존과 존엄을 지켜나가는 순수한 농부였다. 그는 작은 땅을 갖기 위해 가족과 황무지를 3년간이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죽을힘을 다해 개간했고, 첫 작물로 고구마를 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땅은 3일 내 인민공사에 귀속시키라는 홍인(紅印) 문건을 받고 빼앗기는, 허무하고 비참한 상황을 맞이했다. 1966년의 일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람들은 중국의 ‘알박기’(, 차이첸난) 사진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덩그러니 한 채의 건물이 서 있고, 직선이어야 할 고속도로는 그 집 주변을 우회해 건설된다. 교통사고 위험이 상당히 커보인다. 토지는 ‘국유’지만 건물은 개인 소유이므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 철거보상 기준은 국무원이 각 지방정부에 권한을 부여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보상금이 적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건물주는 죽기를 각오하고 저항한다. 수년 전 강제수용이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던 터라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지 못한 지방정부 장(長)은 공산당 중앙의 주목을 받을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중국뿐 아니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공익성이 매우 높은 사업에 한해 아주 제한적으로 민간에게 수용권을 허용하고, 특히 경제개발 목적의 공공적 민간수용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수용권 남용을 방지하고자 체계적인 공익성 검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사업인정(의제)제도’가 있어서 민간수용 상당수가 공익성 검증이 생략되거나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 그래서 심지어는 골프장 짓는다고 민간 토지를 수용하겠다는 기막힌 일도 생긴다.
토지보상법 제4조 제8호에서 공익사업으로 인정하고 있는 ‘그밖에 별표에 규정된 법률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이 ‘별표’에 93개나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사업 외에 민간사업임에도 강제수용을 가능하게 하는 개별법이 100개가 넘는다.
토지보상법 제4조 제8호 사유가 입법화된 것은 1971년 1월 19일 토지수용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당시는 국토개발이 한창이던 때로 입법자들도 민간사업에 대한 토지 강제수용을 한시적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 이전에는 개별법에 수용, 사용이나 보상 관련 조항이 있더라도 대부분 긴급조치에 따른 수용이나 사용의 경우에 관한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1971년 이후 산업이나 지역개발 목적으로 수용권을 부여하는 개별 법률이 늘어났고, 이들 법률에 따라 민간사업도 공익사업으로 의제됐다. 국민들은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민간사업으로 인한 강제수용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끔 세뇌됐다.
이것이 절대 정상일 수는 없다. 국회는 강제수용을 가능하게 한 개별법들을 면밀히 분석해 그 대부분을 폐지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신속히 제거해야 할 오래된 적폐(積幣)다. 대장동 문제의 본질도 민간사업에 대한 토지 강제수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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