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뜻' 앞세운 이재명의 입장 변화, 진심인가

입력 2021. 12. 6. 00:10 수정 2021. 12. 6. 06: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완주군 완주수소충전소에서 열린 국민반상회에 참석하며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사태’ 사과, 기본소득 물러서


정책변화 통해 선거용 아님 보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일 ‘국민의 뜻’을 강조하며 입장을 바꾸고 있다. 엊그제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록 신념에 부합해 주장하는 정책들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말했다.

여론을 중시하겠다는 태도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철회한 데 이어 기본소득이나 국토보유세에 대해 ‘국민의 뜻’을 내세워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가능성도 열어뒀다. 바람직한 변화다. 다만,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집단인 국민을 단일집단인 양 상정한 건 적절치 않다. 국가채무·연금개혁 등 문제에선 지도자가 때론 다수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나친 감이 있다.

이 후보의 진의가 얼마나 담겼는지 의구심을 남기는 것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물러설 수 있다고 했지만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이 기본소득을 얘기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했다고 스스로 공개했다. 굴지의 대기업에 여론 조성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석되는 부적절한 행보였다. 또 기본소득 아이디어 주창자인 최배근 건국대 교수가 선대위 기본사회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 비해 기본소득에 반대해 온 이성이 제주대 교수의 당원권은 8개월간 정지됐다.

‘조국 사태’를 두고도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들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시키며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고 했다.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과거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고 비난했던 태도와는 완연히 다르다. 그러나 사과에 으레 따르게 마련인 후속 조치는 없다. 후보 주변에 선대위 부위원장(김용민), 온라인소통단장(김남국), 총괄특보단장(안민석) 등 ‘조국 수호’ 세력도 건재하다.

앞서 이 후보가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큰절을 했지만, 곧바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강행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 후보가 ‘조건 없는 대장동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정작 민주당이 특검법 상정을 거부해 야당으로부터 “이중 플레이”란 비판을 받은 일도 있다.

지금까지 여론은 이 후보의 유연한 입장 변화에 우호적이다. 국민의힘 분열 탓도 있겠으나 윤석열 후보와의 격차가 크게 줄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 됐다. 이게 일시적 변화가 아닌 견고한 흐름이 되기 위해선, 열세를 뒤집기 위한 한때의 행보가 아닌 이 후보의 진심이자 진정한 변화임을 입증해야 한다. 구체적인 인선과 정책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