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클림트 코드' 세계 첫 해독..인문학·공학 융합으로 미래의학 새 방향 제시

박정렬 입력 2021. 12. 6. 00:05 수정 2021. 12. 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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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해부학교실의 도전


유임주 고려대 의대 교수가 200여 개의 인체 모형을 갖춘 실용해부실습실에서 해부학의 중요성과 타 학문과의 융합 연구성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현대 해부학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단순히 인체의 구조·명칭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문학·공학과의 융합을 통해 미래 의학의 새 방향을 제시한다. 그 선두에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이 있다. 유임주(해부학교실) 교수는 “일찍부터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상의 인력·장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며 “한발 앞선 고려대 의대의 도전은 이제 결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연속 QS세계대학 평가 100위권 진입
고려대 의대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QS세계대학 학과별 순위에서 해부생리계 부문 상위 100위 대학에 선정됐다. 8만여 명의 학자, 4만여 명의 인사담당자 평가를 종합한 결과로 기초의학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100위권에 진입한 이래 현재까지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의학의 뿌리’인 해부학의 교육·연구 시스템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의대 본관 5층에 자리한 실용해부실습실이 대표적이다. 200여 개의 인체 모형과 아시아 최초로 설치된 3차원 가상해부대를 통해 해부학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높인다. 카데바(해부용 시신) 수술실에는 음압 병실에 준하는 공조 시설을 설치해 특유의 냄새를 없앴고, 지난해부터는 2000만원을 투자해 전체 학생에게 온라인 실습 프로그램(Complete Anatomy)을 제공하면서 해부학은 무섭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탄탄한 기초의학 역량을 토대로 미래 의학 구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활의학과와 협업해 새로운 방식의 척추 치료 의료기기의 개발·평가를 진행하는 한편 영상의학과와 공동으로 이동형 초음파를 활용한 해부학 교육도 시작할 예정이다. 유 교수는 “새로운 진단·치료법을 고안하고 우수성을 평가하려면 반드시 해부학적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글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소설·시·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듯 ‘의학의 언어’인 해부학도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학문 간 융합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작에 담긴 발생학적 상징 최초로 밝혀내
최근 유 교수가 김대현(피부과)·박현미(의학교육학교실) 교수와 함께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고려대 의대의 남다른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JAMA는 네이처·사이언스보다 영향력(IF)이 큰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다. 주로 임상 관련 연구를 다루는 만큼 기초의학인 해부학 논문이 실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의·인문학 주제의 논문이 JAMA에 개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구스타프 클림트가 20세기 초 그린 ‘키스’라는 작품을 의학적인 관점으로 ‘해독’했다. 연인의 황홀한 사랑을 표현한 그림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논문을 통해 남성의 옷에 그려진 흑백의 직사각형이 정자를 상징한다는 점과 여성의 옷에 수놓인 형형색색의 동그라미가 난자와 수정란을 표현한다는 점 등을 역사적 고증을 거쳐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유 교수는 “클림트가 활동하던 시기는 현미경·카메라 등 새로운 광학 기술의 등장으로 의학·공학·예술 전반에 큰 변화가 찾아왔던 때”라며 “화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살려 위기를 기회를 만든 클림트처럼 해부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의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 정자(A)와 난자(C), 수정란(B·D) 등 인간 발생 과정이 표현됐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 논문은 네이처보다 인용도가 높은 미국의사협회지에 최근 게재됐다. [자료 : 미국의사협회지]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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