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동선·당내갈등 치우친 보도..정책대결 다뤄달라

정재홍 입력 2021. 12. 6. 00:02 수정 2021. 12. 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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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1월 회의가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주재로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렸다. 위원들은 현장을 이탈한 경찰, 대선,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 요소수 품귀 등의 기사에 대해 날카롭게 비평하고 조언했다.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달 부터 위원회에 합류했다. 일부 위원은 서면 의견을 냈다.
제20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위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흉기 난동 때 자리를 뜬 경찰관 사건의 본질은 경찰관의 정신 자세가 아니라 범죄 현장에 출동하는 부서 배치 전 교육과 훈련 부실 문제다. 기사들이 이런 측면을 충분히 부각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김종인씨가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하느냐 여부를 연일 크게 다뤘는데 한정된 공적 자산이기도 한 신문 지면을 이렇게까지 투입할 가치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인물들 간 이합집산과 갈등 등 지엽적인 기사가 대선 지면을 채우는 때가 적지 않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조동연·이수정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밖 아웃사이더를 화제성 인물로 정당 선대위원장에 영입하는 문제에 대해 좀 더 무게 있게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일부 인사들의 SNS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기사로 화제성만 키워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정치적 경력도 책임도 경험도 없는 외부자를 정당의 선대위원장으로 앉히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당의 결정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한국 정치는 정당정치도 의회정치도 거의 몰락 수준이다. 스스로 책임지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 밖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하는 일을 여야가 반복하는 것도 문제인데, 중앙일보만은 그런 악순환에 제동을 걸어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11월 16일자 1·8면 ‘요소수 이어 제설 염화칼슘도 심상찮다’는 한 국가에만 수입선을 의지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11월 3일자 경제 1면에 ‘아이유 노래에 40만원, 소 키우는데 50만원…투자해 봤어?’라는 소액 핀테크 시장 기사는 음악 저작권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좋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맨 마지막 한 단락 정도만 할애했다.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독자들에게 조금 더 제시했어야 한다고 본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경제 정책에 대해 너무나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당시 3저 호황이라는 국제적 여건이 작용해 운이 좋은 면도 있었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전두환 전 대통령 평가와 관련해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이뤘다는 건 사실이다. 다만 물가 안정은, 당시 오일 쇼크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금리를 엄청나게 올려 해결한 부분이 있다. 국제적 현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역사적 맥락도 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루이비통 아트디렉터 버질 아블로 사망 기사를 간단히 처리한 것도 아쉽다. 나이키와 협업해 플라스틱 끈을 단 신발을 만든, 패션의 역사를 바꾼, 2030들의 위인이다. 경제 기사 중 ‘“돌반지 한돈에 33만원” 인플레 우려에 금값이 번쩍’은 쓸 이슈를 정해 놓고 사례를 끼워 맞춘 느낌이다. 금값이 올해 바닥에서 14% 정도 올랐지만, 작년 말보다는 2% 하락한 상황이었다.

지면

▶민영 고려대 교수=11월 11일자 1면 ‘“차라리 기초수급자가 낫다” 2030, 중년이 하던 자활 줄 섰다’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그래픽 등 자료들을 시각화해서 잘 정리했다. 요즘 정치권 화두가 청년임에도 청년을 유권자로만 보고 표를 얻기 위한 접근을 하는데 이렇게 청년들의 삶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청년들이 직접 주체가 될 수 있는 정책을 나오게끔 하는 메시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전두환씨 사망 관련 기사나 사설, 칼럼이 ‘공과’를 함께 평가하는 톤이었는데,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종부세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제목에 ‘쇼크’나 ‘공포’ 등 자극적 용어를 썼지만 실제 영향을 받는 비율은 인구수로 따지면 2%이고 세대 수로 따지면 4%다. 과잉된 표현을 쓰기보다 보유세가 외국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인지, 이로 인해 주택 공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지 차분하게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전체적으로 1면의 경제 기사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선이 중요하고 며칠 안 남았다고 하지만, 대선판의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크게 싣는 것 보다는 진짜 경제 문제가 어렵다는 점을 다뤄줘야 할 것 같다. 11월 18일자에 1면과 2면까지 새로 임명된 여성 네이버 최고경영자(CEO)의 경력, 성격까지 장황하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11월 26일자에 ‘호프집 사장님 “시급 1만2000원 줄게” 알바생 “배달할래요”’는 팩트를 잘 담은 기사이긴 한데, 구인난을 잘 극복한 사장 인터뷰도 같이 담았으면 좋았겠다. 구인난의 원인이 소규모 자영업자의 갑질인 점도 크기 때문이다. 갑질을 하면 이제 버틸 수 없음을 보여주는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11월 23일자 ‘279대1 경쟁 네카라쿠배 고시학원…“매일 12시간 공부도 부족”’ 기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묘사돼 있다. 한국 사회의 단점 혹은 극복해야 할 게 경쟁지상주의다. 덕분에 압축 성장도 하고 긍정적인 결과도 있었지만, 이렇게 돈을 좇고 플랫폼 기업만 들어가려고 하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비판적 지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모든 젊은이를 경쟁에 집어넣는 사회 현상을 언론이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대선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중앙일보 디지털 대선 페이지는 독자들의 판단과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본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것 같으니, 이 페이지를 통해 팩트체크도 같이하면 좋겠다. 또 언론이 대선주자들 관련 동정과 동선, 당내 갈등 이런 데 치우쳐 있다. 중앙일보가 같은 주제를 놓고 주요 후보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입장 차이를 정확히 대비해 보여주면 선거가 정책 대결로 가는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정책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일본하고는 대조적이다. 어떤 차이에서 비롯됐는지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과 관련해 지난번 소재·부품·장비 기획과 마찬가지로 특집으로 기획해 다루면 국가적 차원뿐 아니라 민간 부분에서도 경각심을 주게 될 것이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11월 26일자 ‘누군가 엿보는 우리 집…스마트기기 해킹해 다크웹에 팔린다’는 개인 보안수칙을 그래픽으로도 처리해 저널리즘의 서비스 정신이 잘 드러났다. 일상 속 디지털 기술이 구석구석 깔리면서 일반인들이 생활에서 숙지할 필요가 있고, 공공의 논의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후속 보도를 기대한다. 11월 26일자 연중기획 ‘혁신창업의 길 "유전자 장비 국산화 30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기사도 좋았다. 이 기사는 창업 아이디어를 일구어나간 과정에 초점을 두었고 생생하게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된 만큼 영상으로 가공되어 나간다면 훨씬 더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11월 4일자 ‘2667명의 경고…‘핼러윈’ 반영도 전에 하루 새 확진 1000명 급증’ 등의 기사는 부스터샷 조기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해 시의적절했다. 11월 15일자 ‘“병상 여유 있다” 하루 만에, 긴급 징발령 내린 정부’ 기사는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당시에도 위중증 환자 병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유사한 형태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 의료진 등의 충원도 시급하다는 문제를 잘 지적했다. 병상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제시한 데 대해서도 고령층과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안일한 대책이라는 점을 잘 비판했다.

정리=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도움=최지혜 인턴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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