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25] 조류 전쟁
선거는 맹금류(猛禽類)가 좌우한다. 독수리⋅매가 맹금류다. 맹금류의 시야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시야가 높은 맹금류의 주특기는 공중폭격이다. 선거의 축이 ‘공중폭격’과 ‘땅개작전’인데, 땅개작전은 요즘 들어와 비중이 확 줄었다. 전 국민이 앉아서 매일 카톡⋅페이스북 그리고 휴대전화 기사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일일이 전통시장을 찾아가 떡볶이 먹고 악수하러 다닐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공중폭격이다. 공중폭격은 고공에서 이루어지는 워딩(발언)이다. 국민 가슴에 남을 수 있는 워딩 한마디는 메가톤급이다. 그런데 이 워딩 한마디 날리는 게 아주 어려운 고급 기술이다. 핵심을 짚으면서도 늘여 빼지 않고 간결해야만 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울림이 남는 한마디를 해야 워딩이 된다. 워딩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공중폭격의 또 한 가지는 큰 방향을 잡아주는 능력이다. ‘이 대목이 변곡점이니까 집중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필요가 있다’ 등등의 큰 판단을 가리킨다. 대관세찰(大觀細察)에서 대관(大觀)의 능력이 공중폭격에 해당한다. 이런 형세 판단은 맹금류의 몫이다. 사람의 7~8배 되는 시력으로 지상의 먹잇감을 노려본다. 몇 년 전 살롱에서 ‘1독 2매 1갈’이라는 내용을 쓴 적이 있다. 독수리는 김종인이고, 매는 윤여준·이해찬이고, 갈매기는 김한길이라고 썼다.
두 마리의 매 가운데 윤여준은 요즘 잘 안 보이고 이해찬만 보인다. 이해찬은 매 중에서도 송골매다. 황해도 장산곶에서 사는 송골매 말이다. 조선 토종 매로서 아주 날카롭고 야무지다. 근래 건강이 안 좋다고 해서 혹시 발톱이 빠졌나 하고 봤더니만 눈매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송골매 밑에는 부엉이 바위에서 부화한 중간 부엉이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여 있다. 송골매의 지휘 아래 그런대로 대오를 유지하는 중이다. 나중에 중간 부엉이들이 성장하면 그 발톱의 힘과 야간을 투시하는 안목은 맹금류의 본질을 보여줄 것이다.
송골매와 중간치기 부엉이 부대가 진을 치고 있는 여당에 비해 야당은 순금류(順禽類)인 꿩⋅비둘기⋅참새, 쇠약해진 갈매기만 있다. 꿩, 비둘기는 송골매의 식사거리이다. 맹금류가 없다. 독수리가 한 마리 있어야 하는데 그게 김종인이다. 매는 항상 붙어 있는 텃새이지만 독수리는 몽골에 살다가 겨울에만 한반도로 날아오는 철새이다. 독수리는 선거철에 힘을 몰아 쓴다. 야당에 독수리 한 마리가 보강이 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스라소니⋅송골매⋅부엉이 부대를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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