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바이든, 7일 푸틴과 담판
바이든, 유럽 불안정성 커지자 5개월만에 긴급 화상회담 갖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7일(현지 시각) 화상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미·러 정부가 4일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두고 양국 갈등 수위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직접 대화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 해킹 등 사이버 이슈 등에서 두 국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중대 돌파구가 나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7일 푸틴 대통령과 보안 영상 통화를 할 것”이라며 “전략적 안정, 사이버, 지역 문제 등 미·러 관계의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 모두 정확한 회담 시각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뒤 다음 달인 7월 전화 통화를 가졌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이슈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키 대변인은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이뤄지는 러시아의 군사적 활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 통합성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자와 정부군의 내전이 격화하면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주말을 맞아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나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동향을 알고 있었다. 푸틴과 이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내년 초 ‘17만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미 정보 당국의 비밀 문건을 입수해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7만 규모지만, (최근 소집령이 내린 예비군 10만을 추가해) 향후 17만500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100개의 대대급 전술 그룹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지난 3일 의회 대정부 질의에 나와 “현재 우크라이나 주변과, 러시아의 크리미아 반도 임시 점령지에 (러시아의) 41개 전술대대가 전투준비태세를 취하고 있다”며 “당장 투입이 가능한 전체 병력은 현재 9만4300명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러시아의 병력 증강에 미국과 터키, 루마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은 지난 12일 흑해 공해상에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연합 해상 훈련을 벌이며 무력 시위를 벌였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비를 당부했고, 영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무력 충돌 시 600여 명의 특수부대 투입을 준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러한 대응을 “러시아에 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 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전날 “옛 소련권 지역으로 나토가 확대되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러시아 이웃 국가에 무기 시스템이 배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적 보장이 시급하다”며 “이번 화상 회담에서 이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30일 러시아 은행 VTB 주관 연례 경제포럼 ‘러시아가 부른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서방의 우려는 아무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러시아가 나토의 훈련에 대해 똑같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면서 “만약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병력과 무기를 배치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선)을 넘는 것으로 곧바로 강력한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는 누구의 레드라인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맞받았다.
이번 회담에서는 핵 군축 및 사이버 공격 등 이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강압적인 통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수감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또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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