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민주 정상회의’ 110國 초청하자, 中 “우리식 민주주의 우월”
미국이 오는 9~10일 화상으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미·중 간 대결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권위주의로부터 전 세계 민주주의를 방어해 내겠다며 이번 회의에 ‘대만’을 정식 초청하자, 중국은 ‘중국의 민주’라는 백서를 펴내며 자국 제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유럽연합(EU)과 110국의 최종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가국 명단에 ‘대만’을 포함시켰다. 지난달 24일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 참가국 명단을 발표할 때 대만을 포함시키자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 초청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이다. 대만 대표로 차이잉원 총통 대신 장관급인 탕펑 디지털 담당 행정원 정무위원이 참석하기로 했다. 대만과 미국의 공식 교류에 반대하는 중국으로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대만 초청을 강행한 것은 이번 회의를 자유민주주의 강화의 주요 계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작년 3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세계에서 민주주의 연합을 강화”하겠다며 “취임 첫해에 자유 세계 국가들의 정신과 공동의 목적을 재차 강조할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후인 지난 3월 첫 기자회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단지 중국이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의 전투”라며 세계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배경 속에 추진된 이번 회의에 미국은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전통적 동맹 외에 다양한 국가들을 불러 모았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초청했다. 권위주의 통치자가 있는 터키와 그 지지를 받는 아제르바이잔은 참가국에서 제외한 반면,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치른 아르메니아는 초청했다. 회의 의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해하는 ‘권위주의 차단’ ‘부패 척결’ ‘인권 고취’ 등으로 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몇몇 참가국과 협력해 감시 장비 및 기술을 중국처럼 인권 탄압에 악용할 수 있는 나라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27일 양국 주미 대사 명의의 공동 의견서를 통해 이번 회의가 “냉전 사고방식의 산물”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이어 4일에는 “민주에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란 내용을 담은 ‘중국의 민주’란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중국의 민주를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전 과정(全過程) 인민민주’라고 표현하며 “인류 정치 문명에 중대한 기여이자 인류 사회의 거대한 진보’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민주는 중국의 특성에 맞춰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톈페이옌(田培炎)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은 백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미국 민주 제도 아래서 정치인은 이익집단의 대리인으로 일단 선출되고 나면 유권자는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반면 중국의 각급 지도자는 전방위 감독을 받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기율·법률을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다. 미국 민주에 비해 광범위하고 진실하고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국수주의 성향의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일 사설에서 “중국 민주 백서는 민주의 정의(定義)에 대한 서방의 독점을 깼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내내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비판해온 중국 외교부는 5일 미국 내 정치 상황을 비판하는 ‘미국의 민주 상황’이라는 자료를 발간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전제(專制) 정치는 자신들이 앞으로 유력한 세력이 되는 것이 역사적 필연이란 느낌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자유 국가들이 포위됐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특별히 모이면 그런 생각이 옳다는 잘못된 믿음을 줄 수 있다”며 이번 회의의 효과에 회의감을 나타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도 전망 기사에서 “무역부터 기술 규제, 백신 접종, 우주 정거장까지 모든 면에서 (미·중 간 민주주의와 전제 정치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기치 아래 자유 세계를 단결시키려 하지만 문제 많고 분열된 미국은 그런 가치들에 대한 좋은 광고가 못 된다”고 평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ditorial: Justice prevails as DPK fails to defend Lee Jae-myung’s legal issues
- 달리던 택시 문 열더니 발길질…기사까지 폭행한 만취 승객
- 尹·이시바, 두번째 정상회담 “北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에 강한 우려”
- 美 “바이든, 시진핑에 北 대남도발 가능성 우려 제기”
- ‘무게 13㎏’ 축축하게 젖은 수상한 티셔츠…美 공항 뒤집은 이것 정체
- 트럼프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 재벌' 크리스 라이트 지명
- What’s New on Netflix : Highlights of 2nd week of November
- 레드오션도 누군간 1등을 한다, 100만대 팔린 스팀다리미의 비결
- 핵도 성공했는데…이스라엘은 왜 전투기 개발에는 실패했나 [영상]
- “보석같은 미일 동맹”....트럼프, 국빈 초청받은 일 왕궁서 최고의 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