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교 총기 난사..소년 부모 첫 기소
[경향신문]
미시간서 ‘과실치사’ 체포
“권총 사주고 관리 안 해”
유죄 인정 땐 최대 15년형
미국 미시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숨지게 한 15세 소년의 부모가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미국에서는 거의 매달 중·고교에서 크고 작은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10대 청소년의 부모가 총기 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기소되기는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경찰 당국이 지난달 30일 오클랜드 카운티 소재 옥스퍼드 고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숨지게 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이 학교 학생 이선 크럼블리(15)의 부모 제임스와 제니퍼 부부(사진)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에서 체포된 이선은 다수의 살인 및 국내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캐런 맥도널드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에 따르면 아빠 제임스는 ‘블랙 프라이데이’였던 지난달 26일 반자동 권총을 구매할 때 아들 이선을 데리고 갔다. 이선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총기 사진과 함께 ‘오늘 받은 나의 새 예쁜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제임스는 권총을 부부 침실 서랍에 보관했지만 열쇠로 잠그지는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부부는 사건 전날 교사가 이선이 교실에서 휴대폰으로 권총 탄환을 검색하는 장면을 목격해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엄마 제니퍼는 오히려 아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사랑해. 나는 너에게 화나지 않았어. 너는 잡히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라고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에도 이선의 책상에서 총과 총탄에 맞은 사람, 사방에 뿌려진 피 등이 그려진 그림을 발견한 학교 측은 즉시 부모를 호출해 이선을 조퇴시킬 것을 권고했지만 제임스 부부는 이를 거부했다. 그림에는 “그 생각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와줘”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제임스 부부는 아들에게 총기에 대해 물어보거나 그의 가방을 뒤져보지도 않았다. 상담이 끝난 뒤 교실로 돌아온 이선은 이후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복도에 있는 학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AP통신은 이들 부부의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자녀들이 총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책임을 총기 소유자에게 부과한 일부 주와 달리 미시간주는 그런 의무가 없기 때문에 검찰은 이들 부부의 과실치사 혐의를 입증하려면 전통적인 형사법에 따라 과실의 중대성을 입증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서 아동의 총기 사고에 대해 부모가 기소된 사례는 다수 있지만 10대 청소년의 총격 사건과 관련해 부모가 기소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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